[김상미의감성엽서] 내 문학은 재즈

골목을 들어서니 담 아래 옹기종기 핀 노란 씀바귀꽃들이 바람결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예쁘다! 아무도 봐주는 사람 없어도 저희끼리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춤을 추고 있다. 그 애틋함과 잔잔함이, 그 순정한 서정적 호소력이 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동을 준다. 이런 키 작은 다년생 초본식물 꽃들을 바라보면 정말 사랑스럽고 애달픈 그 자연미만으로도 이 지구 위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데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비록 그들이 추는 저 화사한 춤사위가, 간절한 향기가 나와는 상관없는, 자신들만의 생존에 필요한 흰점팔랑나비와 암먹부전나비들을 유혹하기 위한 작전 계획이라 해도.

나는 미안해하며 그중 한 꽃송이를 꺾어, 들고 있던 책갈피에 끼워 넣는다. 유난히 청명하고 따스한 봄날 오전, 이 순간만큼은, 이 우주의 중심에 씀바귀꽃과 나뿐이었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 이 멋진 교감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그러면서 입속으로, 콧노래로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흥얼거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지…. 학창 시절, 너는 어떻게 모든 노래를 네 식으로 재즈화시켜 부르느냐며 화내시던 음악 선생님이 떠올라 키득키득 웃으며, 생각나지 않는 가사는 내 맘대로 바꾸어 가면서, 흥얼흥얼~~….



그만큼 나는 재즈 음률을 좋아한다. 특히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가 함께 부른 노래는 무조건! 아마도 여고 시절, 아프리카계 미국 시인 랭스턴 휴즈의 영향도 한몫했으리라. 흑인들의 솔이 그의 시에서 흘러나와 더욱더 만개한 것처럼. 아, 그리고 빌리 홀리데이! 여성 재즈 가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수. 그녀의 노래, 백인들에게 린치당한 흑인들이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어 있는 것을 은유로 표현한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라는 그 노래는 아마도 그 이미지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주 섹시한 목소리의 사라 본도 좋고, 우리나라 재즈계의 대모인 박성연을 비롯 윤복희, 정훈희, 이정식, 윤희정, 나윤선, 조째즈 등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루이 암스트롱이다. 그는 ‘내가 가장 예쁘고, 외롭고, 뜨겁고, 치열하고, 지리멸렬할 때’ 그의 음악으로 내게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유’와 ‘정직함’을 선물했다. 삶에서도 사람들에게서도 내가 추구하는 문학에서도 ‘가장 단순한 기쁨’, ‘블루스’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배운 심금을 울리는 그의 즉흥적이고 솔 가득한 ‘블루노트’ 화음으로 시를 쓴다. 그때 알았다. 좋은 음악(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담장 아래 씀바귀꽃들이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자신만이 가진 단 하나의 매혹적인 음표를 창조해 벌과 나비들을 끌어들이고 유혹하듯이.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