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북한의 집속탄, 군비 4200조원

세계 GDP 중 군사적 부담 비중
2009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
신형 무기 개발·발전의 토대는
국제 정세 불확실성 인한 불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딸 주애를 대동하고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5년이라는 시간을 바친 것이 조금도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귀중한 결과물”이라고 극찬한 건 집속탄 ‘화성포-11라’형 전술탄도미사일이었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136㎞ 정도를 날아가 12.5~13㏊ 면적(축구장 약 17~18개 규모)을 매우 높은 밀도로 강타했다. 앞선 6∼8일에도 ‘화성포-11가’형의 집속탄 시험발사를 했다. 집속탄은 ‘악마의 무기’라 불린다. 비행이 끝나갈 때 표적 상공에서 탄두가 다수의 자탄(새끼탄)들을 공중에 분산시키면서 살포해 무차별적인 인명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이 집속탄을 사용해 이스라엘이 자랑해온 방공망을 뚫어내 실전 효용성을 증명했다. 화성포-11라형의 시험발사 내용을 고려하면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평택 미군기지 등 후방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강구열 외교안보부 부장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살상력을 극대화한 무기여서 주목을 끌었다. 최고지도자가 나서 공개적으로 ‘귀중한 결과물’ 운운할 정도였으니 자랑하고도 싶었던 모양이다. 살상 무기의 개발이 정권 유지, 운영의 사활인 북한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북한만의 이야기인가 싶어졌다. 등치할 수 없지만 세계 각국에서 상대에 대한 물리적 압박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중대사로 자리 잡았다. 워낙에 험악해진 국제질서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5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총액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2조8870억달러(약 4251조원)를 기록했다. 11년 연속 증가이고, SIPRI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군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군사적 부담’은 2.5%로 집계됐다.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비 지출이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게 주목된다. 일본은 9.7% 증가한 622억달러였다. 헌법상 전쟁 수행이 불가능한 이 나라는 세계 10위의 군비 지출국이다. 대만은 14% 급증한 182억달러를 기록했다. 1988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중국은 7.4% 증가한 336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한국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국방비 지출액은 478억달러로 2.6% 늘어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물론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일본은 북한을 ‘중대한 위협’으로 여긴다. 중국과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대만은 침공을 전제로 한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현실이다. 아슬아슬한 지역 정세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이 반면교사가 되며 누구라도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SIPRI는 “전 세계적인 전쟁과 불확실성, 지정학적 격변 속에 각국이 대규모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비 확장은 곧 우수한 무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K방산’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K-9 자주포, 천궁 미사일 등과 최근 선보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은 ‘자주국방’을 위한 뚜렷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이런 무기가 대표하는 강한 국방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경우 안위를 지켜줄 수단임도 안다. 다만 군비 확장을 부추기는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불안하다. 무기 개발, 발전의 토대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안이다.

‘전쟁없는 세상’이란 현실감이 없다. 무기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좋은 무기를 가졌음을 마냥 자랑할 일인가 싶을 때가 있다. K방산의 특별한 도약이 우리의 불안한 현실과 전쟁을 겪고 있는, 혹은 전쟁의 위기에 직면한 누군가의 불행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도 해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각국의 군비경쟁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