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공천 배제)는 통상 정치적 위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컷오프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두 사람 모두 당내 핵심 지지층을 기반으로 일정한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한 만큼 이번 컷오프가 정치적 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부원장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고심과 전략적 판단을 존중하며 백의종군하겠다”며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당의 승리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뛰겠다”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분신”이라 칭할 만큼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민주당은 경기 평택을·하남갑·안산갑 재·보궐선거(재보선) 후보를 발표하면서 김 전 부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그를 공천할 경우, 중도층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도권과 영남권 등 격전지에선 중도층이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두고 친명계 중심으로 현역 의원 60여명이 공개 지지를 밝혔음에도 공천을 받지 못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친명계가 정치적 입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백의종군 선언으로 지도부와의 충돌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향후 전당대회 등 권력 지형 변화 국면에서 김 전 부원장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컷오프 이후 대구시장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이 전 위원장은 “보수의 심장을 지키겠다”며 불출마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현재로선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된 추경호 의원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 전략공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전 위원장은 당에서 원할 경우 험지 출마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SBS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을 위해,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막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저의 첫 번째 과제 또 최후의 과제는 현재 민주당 후보와 맞서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은 그간 선거운동을 해온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우선 거론된다. 대구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인지도를 확보한 만큼 경선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민주당을 막겠다”며 대구시장 출마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당내 기류도 우호적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 전 위원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이 전 위원장은 우리 당의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라며 “국민의힘과 함께 대구를 지켜달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