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인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2주 만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자주국방의 역량과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언급한 것은 최근 일각에서 확산되는 ‘안보 불안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성격이 짙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안보 환경이 한층 복잡해진 데다 국내적으로도 한·미동맹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현 단계에서도 대한민국 스스로 안보를 지킬 방위 역량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직접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안보 분야 불안감을 언급하면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을 거론하며 “한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뛰어난 노력과 역량으로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미의 전작권 전환을 두고 전환 시점 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국방비 지출과 세계적 수준의 방위산업 역량 등을 거론하며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현재로도 방위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과 함께 향후 국방비 지출 등을 더 늘리며 역량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알릴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안 장관은 “국회에서도 제가 유무형으로 계속 그런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안 장관에게 “자체적인 군사작전 역량은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우리 스스로 방어하고 전략·작전계획을 짜고 할 준비를 해놔야 한다. 전술·전략도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한국의 안보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언급을 연이어 내놓는 데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불안감을 확대할 경우 로드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국방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자체 군사력이 세계 5위임을 환기시키면서 군사안보 분야에 불안감을 갖지 않게 객관적인 상황을 국민께 많이 알려 달라고 지시했다”며 “‘스스로 방어하고 작전하는 계획을 짜는 준비를 충분히 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연간 국방비 지출이 북한의 1년 국내총생산보다 1.4배 크다”며 대북 억지 태세 완비와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최근 불거진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 논란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한·미 간 안보 공조 균열 우려, 이에 따른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한국의 안보 역량을 두고선 여전히 일부 시각차도 존재한다. ‘한국 군사력 세계 5위’의 근거는 미국의 군사력 평가 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인데, 해당 기관은 민간 조직으로 공식 군사 기관이나 학술 연구소는 아니다. 장비의 질 대신 수량 위주로 평가하고, 데이터가 부정확한 사례도 있어서 외교·안보 분야에선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의 자료를 주로 인용한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일본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 등에서 신속한 전작권 전환을 강조할 경우 한반도 내 억제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으로 발생한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에 대해서도 정부는 “군사대비태세엔 지장이 없다”며 425위성을 비롯한 독자적인 감시정찰능력을 강조한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핵 문제라든지 대북정책 관련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위성 외에도 다양한 지상·해상·공중 정찰자산들을 네트워크로 통합 운용해 정확도가 높은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한다. 이를 통해 북한 내 중요지역 대부분을 짧은 주기로 감시할 수 있고, 유사시 북한 전역을 정찰하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대북 정보와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공유와 협력이 필수적인 이유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 하원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 “2029회계연도 2분기(한국 기준 2029년 1분기) 이전까지 해당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국방부는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점을 결정,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다. 한·미가 2015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합의한 만큼 한국군이 전환 조건을 만족하면 전작권을 한국군이 행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