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3명 중 1명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로하듯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른바 ‘무해한 위로’를 건네는 노래들이 차트를 점령하는 중이다. 그룹 AKMU(악뮤)가 이달 7일 발표한 ‘소문의 낙원’이 대표적이다.
28일 오후 5시 기준 악뮤의 ‘소문의 낙원’이 멜론 차트 HOT 100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지난 3일 유튜브에 공개된 후 3주 만에 1000만회를 돌파했다. 음원을 활용한 챌린지 열풍이 돌면서 숏폼 플랫폼에서도 확산세가 뚜렷하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도 해당 음원을 활용한 게시물은 4만건을 넘어섰다.
인기를 견인한 요인으로는 위로를 전하는 서사가 지목된다. 실제로 뮤직비디오 댓글에는 노랫말을 통해 위안을 얻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3년째 은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소문의 낙원) 가사가 너무 위로가 돼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며 “더디지만 세상 밖으로 한발 내디뎌 보고 싶다”고 적었다. 고등학교 3학년 이후 번아웃을 겪었다는 네티즌 B씨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듣다가 ‘지치고 병든 나그네여’라는 가사에서 눈물이 났다”며 “앨범 전체를 반복해 들으며 다시 일상을 이어가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위로’ 음악 열풍 이면에는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심리가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번아웃을 경험한 청년의 비율은 32.2%에 달한다. 10명 중 3명이 정서적 소진을 겪는 셈이다. 우울감을 느낀 청년도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울감을 경험한 19~29세 청년은 16.3%로, 2021년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조혜림 음악평론가는 “지금은 청년들이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시대”라며 “경쟁이나 냉소에 지친 청년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건네는 음악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더 나아가기 위해 이겨내자’는 방식으로 연대하는 노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버티자’는 연대의 메시지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룹 악뮤의 멤버 이수현씨가 2년간 은둔 생활을 겪었다는 서사 역시 청년의 공감을 키운 요소다. 조 평론가는 “요즘 대중들은 스토리텔링을 몹시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수현의 슬럼프 극복을 위해) 두 남매가 함께 노력한 점이 귀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