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맞붙은 트럼프 vs 키멀…'과부 발언'에 트럼프 내외 “키멀 해고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인기 토크쇼 사회자인 코미디언 지미 키멀이 또 한번 갈등에 휘말렸다. 키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배우자인 멜라니아를 향해 “곧 과부가 될 것 같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된 것.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시도가 있기 전 방송에서 한 풍자적 발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키멀을 해고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이날 오전 자신의 엑스(X)에 “키멀의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발언은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내 가족에 대한 그의 독백은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키멀 같은 사람들이 매일 저녁 우리 가정에 들어와 증오를 퍼트릴 기회를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TV 진행자 지미 키멀. AFP연합뉴스

키멀은 지난 23일 자신의 토크쇼 방송에서 이틀 뒤 있을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을 패러디하며 “우리의 영부인, 멜라니아가 여기 와 있습니다. 너무 아름답네요”라며 “트럼프 여사님, 곧 과부(expectant widow)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네요”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25일 워싱턴의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해당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린 총격사건이 발생했고, 키멀의 발언이 재조명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멜라니아는 SNS에서 분노를 고스란히 표하며 키멀의 방송을 제작하는 ABC와 디즈니에게 방송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ABC가 입장을 분명히 할 때”라며 “ABC 경영진은 얼마나 더 우리 공동체를 희생시키면서 키멀의 끔찍한 행동을 방조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에 가세했다. 그는같은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형편없는 시청률만 봐도 전혀 웃기지 않은 키멀이 자신의 쇼에서 정말 충격적 발언을 했다”며 “키멀의 비열한 폭력 선동에 많은 사람이 격분한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평소라면 그가 무슨 말을 하던 반응하지 않겠지만 이번 건은 정말 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미 키멀은 디즈니와 ABC에 의해 당장 해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그의 가족, 지지자들을 향한 이 정신 나간 거짓말과 비방은 미친 사람들이 미친 생각을 믿게 만들고, 그들은 그런 말 때문에 폭력을 저지르도록 부추겨지고 있다”며 “이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비난에 키멀은 이날 자신의 토크쇼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하고 싶은 말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여러분도, 나도, 우리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24살에 달하는 나이 차이를 언급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하며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이 겪은 일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키멀은 “내가 만찬 전 한 농담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믿으려면 초능력이 있는 여성분의 발언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이 사건 당일 만찬에 앞서 “오늘 밤 만찬장에서 날카로운 발언들이 나올 것(some shots fired in the room tonight)”이라고 농담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문맥상 이 표현은 ‘재치 있고 날카로운 발언들이 나올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직역하면 ‘총을 쏘다’(fire shots)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키멀은 아울러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수사는 거부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멜라니아 여사를 향해 “그런 표현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출발점은 남편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BC 방송의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진행자인 키멀은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한 바 있다.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가 극우 성향 지지자에게 살해당한 뒤 마가 세력이 범인을 ‘좌파’라고 몰아붙인 것을 비꼰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해 ABC에 키멀 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것. 여기에 미 방송·통신 규제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장이 키멀의 발언과 같은 내용을 내보내면 방송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협박했고, 결국 ABC방송은 방송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키멀 퇴출 압력은 큰 반작용을 불러왔다. 방송 중단 이후 미국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진 것. 이에 ABC는 일주일만에 토크쇼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고, 키멀의 복귀 방송은 미 전역에서 600만명 이상이 시청하며 정규 방송 역사상 10년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을 통해 코미디언을 넘어서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키멀은 최근 ‘방송계의 퓰치쳐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버디상 측은 키멀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FCC 위원장의 압박으로 인해 방송이 무기한 중단되는 미국 TV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을 겪었다”며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꾸준한 비평가이자 신랄한 조롱을 선보여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