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식 중동질서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 전쟁에 가려져 있던 양국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UAE의 28일(현지시간) OPEC 탈퇴 결정은 국제유가를 사실상 지배하며 중동 질서를 주도해온 사우디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읽히는 면이 있다.
나아가 UAE의 독자 행보는 걸프 지역 동맹에서 벗어나 미국에 밀착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많다.
정치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강력한 보호막을 확보해 실익을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국면에서 사실상 각자도생 현실에 발목이 잡힌 걸프 지역 협력체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에서 2천200여 차례에 달하는 미사일·드론 공격에 노출된 UAE는 사우디와 카타르 등에 공동 대응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걸프 지역 차원의 실질적 협력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실질적 위협을 느낀 UAE가 미국에 기댄 독자 행보를 선택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전날 GCC 회의를 앞두고 "이번 전쟁에서 GCC의 입지는 역사상 가장 취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걸프 국가들의 연대가 국방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며 역내 이웃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가르가시 고문은 이어 "오늘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며 "미국의 역할은 단순히 군사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방어 체계와 정치적 지원, 경제 및 재정적 관여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UAE이 OPEC 탈퇴는 역내에서 사우디에 맞서 독자적인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란을 대리해 종전협상을 추진하는 파키스탄을 겨냥해 보유외환 5분의 1에 해당하는 35억 달러 규모의 예치금을 전격 회수한 것이 그 사례다.
이는 파키스탄이 UAE가 원하는 이란 규탄 전선에 서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유지한 데 대한 정치적, 외교적 보복이었다.
이에 사우디는 즉각 파키스탄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UAE와의 역내 주도권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UAE와 사우디의 갈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는 내전 중인 예멘과 수단에서 각각 다른 세력을 지지하고 있으며, 급기야 작년 12월에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UAE산 무기 운송 차량을 폭격하고 UAE를 '국가안보 위협' 세력이라 비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양국의 이 같은 갈등에는 해묵은 지역감정과 자존심 문제도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GCC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스스로 걸프 지역의 '맏형'으로 여기는데 UAE가 불만이라는 것이다.
사우디 왕실을 대변하는 한 논평가는 작년에 UAE를 '반항적인 어린 동생'이라고 지칭해 UAE의 거센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사우디와 UAE의 긴장 수위는 향후 사우디가 UAE의 행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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