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차량 부제를 강화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제도 적용 대상이 몇 대인지, 제외 차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 기본적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점검도 전체 공공기관 1023곳 중 69곳에 그쳐, 정부가 제도 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에 제출한 ‘공공기관 부제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후부는 중앙행정기관의 전체 승용차 수와 부제 적용제외 차량 수 등을 정확히 집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수급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부제를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기후부는 정확한 적용 대상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공공기관(중앙행정기관·광역자치단체) 부제 적용 대상 차량 수’를 묻는 김 의원실 질의에 “총 36만여대로 추정된다”는 추산치만 제출했다.
기초적 통계조차 추정에 의존했다. 기후부는 중앙행정기관의 전체 차량 수를 45만3506대로 추산했다. 실제 등록 차량을 집계한 것이 아니라 임직원 수에 승용차 이용률(59.8%)을 곱해 산정한 수치다. 이 가운데 부제 적용 제외 차량은 11만1562대로 추정했다. 전체의 24.6%가 부제 적용 제외 대상일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기후부가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앙행정기관들이 ‘승용차 부제 시행계획’을 제때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기후부는 부제 시행과 함께 각 공공기관에 이달 7일까지 부제 시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일부 기관은 이날까지도 계획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시행계획 제출을 독려하고 관리해야 할 기후부와 한국에너지공단조차 어느 기관이 시행계획을 내지 않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시행계획을 제출받아 관리하는 에너지공단은 취합 자료에 대한 파악이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미제출 기관 수와 명단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본청과 지사가 중복 제출하는 경우 등이 있어 정확히 집계를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17개 광역지자체와 3개 정부청사의 경우, 시행계획을 제출해 실제 적용 제외 차량 비율이 집계됐다. 정부청사의 부제 적용 제외 차량 비율은 32.2%, 광역지자체는 24.6%로 나타났다.
관리 부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기후부는 ‘공영주차장 5부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대상인 노상·노외 유료주차장이 약 3만곳(약 100만면)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실제 규제 대상은 5589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방정부 참여가 저조해 실제 시행 중인 곳은 1694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발표 수치와 실제 시행 규모가 크게 달라지면서 기후부가 제시한 에너지 절감 효과도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당시 기후부는 공영주차장에 5부제를 적용하면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약 100만 대에 5부제를 적용하는 효과와 동일하다며 월 5000~2만7000배럴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 점검도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 기후부는 지금까지 총 3차례 69개 기관을 대상으로 부제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전체 공공기관 1023개의 6.7%에 불과했다. 점검 과정에 위반 차량 60대가 적발됐지만, 별도 징계 절차 없이 모두 현장 계도에 그쳤다. 기후부 관계자는 “인력 등이 한정돼 있다 보니 전수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또 처음부터 징계를 가하기에는 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의원은 “공공부문의 에너지 절약 동참은 필요하지만, 효과를 과장하거나 현황 파악 없이 제도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기후부는 실제 적용 대상과 이행률, 절감 효과를 정확히 점검하고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공공기관 5부제가 시행돼왔지만 자율로 맡겨져 있다보니 정확한 차량 수 등을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