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패션잡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년 만에 ‘악마는…’ 속편 개봉
앤 해서웨이 등 전편 주역들 출연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잡지 ‘런웨이’를 막강한 권력 기관처럼 그렸다. 무엇이 좋은 패션이고 무엇이 유행될 가치가 있는지, 모든 기준은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메릴 스트리프)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잡지 하나가 하이패션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던 시절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29일 개봉)가 보여주는 풍경에서 런웨이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종이 잡지는 여전히 발행되지만, 미디어 권력의 중심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정제된 문장이나 편집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건 인터넷에서 바이럴을 일으킬 만한 콘텐츠다. 한때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던 런웨이는 바뀐 질서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조직이 됐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속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익숙한 얼굴들이 다시 모인다. 앤 해서웨이, 메릴 스트리프,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까지 전편의 주역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유지한 채 돌아와 단숨에 몰입을 이끈다. 그러나 영화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물들을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배치해 현시대에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40대가 된 앤디(앤 해서웨이)는 탐사보도 매체에서 이름을 떨친 유능한 기자다. 미란다의 비서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던 초년생은 사라지고, 전문성과 저널리즘 윤리를 체화한 인물로 변모했다.

 

미란다 역시 달라졌다. 여전히 런웨이의 편집장이지만 더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는 아니다. 광고주 눈치를 봐야 하고, 런웨이 오너인 회장 어브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알파 세대 직원들을 의식해 예전처럼 독설을 늘어놓지도 못한다. 한때 언짢은 표정 하나로 디자이너 컬렉션 전체를 뒤엎던 시대는 끝났다. 코트를 비서 책상 위에 내던지던 미란다는 이제는 인사팀의 가이드대로 코트를 직접 옷걸이에 건다.

 

20년 전 미란다의 비서였던 에밀리(에밀리 블런트)는 명품 브랜드 ‘디올’ 임원이 되어 미란다를 압박하는 위치에 서 있다. 권력의 축이 뒤집힌 셈이다. 여기에 정보기술(IT) 기반 거대 자본가 벤지, 어브의 아들 제이 같은 인물들은 패션에 대한 존중 없이 런웨이의 운명을 좌우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런웨이는 더 이상 상징이 아니라, 자본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거래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여기에 루시 리우가 연기하는 벤지의 전 부인 ‘사샤’는 런웨이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강하고 매혹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모회사 방침으로 느닷없이 언론사에서 해고된 앤디는 구설에 휩싸인 런웨이의 구원투수로 복귀해 미란다와 두 번째 협업을 시작한다. 독한 패션계 안에서도 온기를 잃지 않은 나이절(스탠리 투치)은 이번에도 앤디의 든든한 조력자다.  

 

20년의 세월을 반영하듯 런웨이 내 다양성은 확장됐다. 2006년 당시 백인 일색이던 사무실은 인종과 체형 모두 훨씬 다양해졌다. 한때 66사이즈의 앤디가 ‘뚱뚱하다’고 지적받던 공간엔 이제 다양한 몸의 직원들이 공존한다.

 

1편이 사랑받은 이유는 결국 ‘일’을 바라보는 시선 덕분이었다. 미란다의 카리스마는 일에 대한 집착과 전문성에서 비롯됐고, 앤디에게 패션 산업의 의미를 설명하는 그 유명한 ‘셀룰리안 블루’ 장면은 그 상징이었다. 속편에서도 미란다는 여전히 일에 전부를 건다. 패션잡지 산업을 “가라앉는 타이타닉”에 비유하면서도 런웨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렇게 사는 건 대가가 따르지만, 이 일이 너무 좋은 걸 어떡하냐”는 그의 말은 변화한 세계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태도를 보여준다.

 

권력이 이동하고 직업의 의미가 흔들리는 시대, 변화한 세계에서 어떻게 일하고 살아남을 것인가를 영화는 묻는다. 20년 만의 귀환이 왜 필요했는지,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는 속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