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에 사랑을 싣고, 아프리카를 품은 성녀 바바라 [종교칼럼]

한 사람의 죽음이 한 대륙을 울리는 일은 흔치 않다. 가족과 지인의 슬픔을 넘어 바다 건너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파문을 남기는 삶이라면 그것은 이미 개인의 생애를 넘어선 역사다. 지난 4월 21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한 바바라 진 해링턴 여사의 부고가 전해지자 아프리카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의 전 대통령 굿럭 조너던까지 추모사를 보내왔다. 한 미국 여인의 죽음을 아프리카가 이토록 깊이 슬퍼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바라 여사는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은 삶의 중심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세인트루이스의 주이시 호스피털 간호학교에 들어가 간호사의 길을 걸었고, 졸업 후에는 병원 분만실에서 근무하며 산모들의 출산을 도왔다. 새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며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법을 배운 것이다. 훗날 아프리카에서 많은 빈자들의 삶을 돌보게 된 그녀의 헌신은 어쩌면 그때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969년 그녀는 여동생 캐시 리그니와 함께 통일교회에 입교했다. 이후 삶의 방향은 더욱 또렷해졌다. 자신을 위한 안락함보다 더 큰 뜻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리고 1975년, 동생 캐시가 선교사로 아프리카 오지로 파송되면서 바바라의 인생도 새로운 장을 맞는다. 세상에는 앞에 서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뒤에서 떠받치는 사람이 더 절실할 때가 있다. 동생이 낯선 대륙에서 선교 사명을 감당하고 있을 때, 바바라는 그것을 동생만의 길로 여기지 않았다. 마치 동생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1981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로 향했다. 그리고 선교 현장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했다. 이상은 있었지만 재정은 부족했다. 그녀는 기도만 하지 않았다. 행동했다.

 

그녀가 택한 방식은 놀랍게도 햄버거 가게였다. 미국식 레스토랑 ‘Hamburger House’를 열어 수익으로 선교를 지원하자는 발상이었다. 식당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설교로 사람을 돕고, 누군가는 사업으로 사람을 돕는다. 그녀는 후자를 택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가게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시작하여, 토고·가나·세네갈·콩고민주공화국까지 확장됐다. 이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도 세 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선교의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그러나 그녀의 위대함은 사업의 성공에 있지 않았다. 그 모든 자산을 단 한 번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는 사업의 결실은 모두 아프리카를 위해 바쳤다. 2001년 건강 악화로 현장을 떠날 때에도 손에 남긴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세상은 흔히 얼마나 모았는가로 사람을 평가하지만, 하늘은 얼마나 내어주었는가로 사람을 기억하는지 모른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 선교란 단지 종교를 전하는 일이 아니다. 배고픈 아이에게는 음식이 먼저이고, 배우지 못한 아이에게는 교육이 먼저이며, 절망한 가정에는 희망을 세워주는 일이 먼저다. 바바라 여사가 만든 햄버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들의 학비였고, 병든 이들의 약값이었으며, 선교사들의 발걸음을 가능하게 한 사랑의 연료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사업가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어머니’라 불렀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그녀가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을 내세우지 않았고,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으며, 박수를 탐하지 않았다. 오늘의 시대는 보여주기식 선행이 넘쳐나지만, 바바라 여사는 감춰짐 속에서 더 빛난 사람이었다. 드러남보다 숨음으로, 주장보다 실천으로, 말보다 결과로 자신을 증명했다.

 

말년의 투병은 혹독했다. 암은 온 몸으로 전이되었다. 그러나 육신이 무너질지언정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병을 이겨내려 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이 존경하던 한학자 총재가 다시 자유를 얻어 사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다. 자신의 고통보다 공동체의 미래를 먼저 걱정한 사람, 그것이 바바라였다. 굿럭 조너던 전 대통령은 그녀를 “평화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이라 추모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많은 이들이 찾고 진심으로 눈물을 흘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삶이 아닐까. 바바라 여사는 저세상에서도 아프리카를 위해 기도하며 그 대륙을 밝히는 영원한 빛으로 남을 것이다. 그녀는 테레사 수녀의 사랑을 닮은 또 한 사람의 아프리카 성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