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왕세자 시절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타고난 채식주의자가 아닌 그가 오늘날 육식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탄소 배출을 가급적 줄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23년 독일을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 부부는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이동할 때 전용기 대신 대중교통인 고속열차(ICE·이체에)를 이용했다. 같은 해 프랑스에 갔을 때에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를 찾아 친환경 유기 농법으로 재배되는 포도밭을 둘러보기도 했다.
영국 국왕의 거주지인 런던 버킹엄궁 뒤편에는 일반인들이 평소 접근할 수 없는 ‘비밀 정원’이 있다. 온갖 종류의 나무와 야생화가 자라는 것은 물론 꿀벌들도 존재한다. 엘리자베스 2세(2022년 별세) 재위 시절인 2008년 양봉(養蜂)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버킹엄궁 정원에는 목재로 된 4개의 벌통이 있다고 한다. 찰스 3세의 부인 커밀라 왕비는 여기서 생산된 꿀을 고급 백화점에 판매해 자선 기금을 마련한다. 이 꿀은 찰스 3세가 즐겨 마시는 차에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에서도 양봉이 이뤄진다. 과거 백악관 비서실에 고용된 찰리 브란트라는 이름의 목수가 개인적 취미로 시작한 것이 단초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09년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 내 양봉 실시를 공식화했다. 오바마 이후의 대통령과 영부인들도 양봉을 권장해 이제는 백악관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최근 사우스론에 백악관 건물 모양의 벌통을 추가로 설치한 사실을 공개하며 백악관 꿀 생산량을 연간 104∼116㎏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백악관에서 만드는 꿀은 어디에 쓰일까. 일단 외국 정상 등을 위한 만찬 요리에 들어가거나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및 영부인이 백악관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기념으로 주는 선물로도 활용된다. 27일 국빈으로 미국을 찾은 찰스 3세 부부는 트럼프 부부의 안내로 백악관 경내의 벌통을 둘러봤다. 멜라니아 여사는 카멀라 왕비에게 백악관에서 생산된 꿀 한 병을 선물했다. 요즘 미·영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꿀로 상징되는 이른바 ‘밀월’(蜜月) 관계의 복원을 바라는 영부인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