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토종가축 산업화 새 길 여는 ‘난축맛돈’

돼지고기는 오랜 기간 우리 국민의 식탁을 지탱해 온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그만큼 소비의 중심에 꾸준히 자리해 왔지만, 최근에는 소비 방식에서 점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겹살과 목심에 집중되던 소비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위를 즐기고,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고유 자원인 ‘제주재래흑돼지’의 유전적 가치를 되살린 신품종 ‘난축맛돈’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재래흑돼지는 제주의 기후와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 적응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가축이다. 고기 맛이 뛰어나고 질병에 강하며 환경 적응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출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새끼 수가 적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현대 양돈산업에서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우리 고유의 가축을 단순히 보존 대상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그 유전적 가치를 살려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품종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센터는 후자를 선택했다. 제주재래흑돼지의 뛰어난 육질 특성과 흑모색 유전자를 유지하면서도 산업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체 분석과 정밀 육종기술을 도입했다. 근내지방 형질과 흑모색 형질을 유전자 수준에서 선발하는 기술을 적용해 탄생한 난축맛돈은 우리 고유 가축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다. 실제로 근내지방(마블링) 함량에서 난축맛돈의 우위는 분명하다. 일반 돼지고기의 근내지방 함량이 1~3% 수준인 데 비해 난축맛돈은 평균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기의 붉은 정도를 나타내는 적색도 역시 평균 12.35로, 일반 돼지고기 수준(6.5~8.5)을 크게 웃돈다.

이 같은 성과는 생산 현장과 유통, 학계,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한 ‘난축맛돈연구회’를 중심으로 구축된 협력의 결과다. 특히 국립축산과학원은 제주재래흑돼지의 유전체 분석부터 산업화 체계 구축에 이르기까지 연구 전 과정을 주도해 왔다. 산업화의 흐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용 사육농가와 소비식당이 확대됐고 최근에는 제주를 넘어 내륙 지역으로까지 사육 기반이 확장됐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소비 방식이다. 과거에는 구이용으로 활용이 제한적이던 등심이나 뒷다리 부위가 난축맛돈에서는 구이용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등심 뼈를 살린 ‘돈마호크’와 같은 메뉴도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메뉴의 변화가 아니라, 돼지고기 소비구조 자체가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연간 2500마리를 출하할 경우 일반 돼지보다 약 2억3000만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의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차별화된 품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도 남아 있다.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한 개량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산자수는 현재 평균 10마리 수준에서 13마리로, 출하일령은 190일에서 185일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유전자 기반의 품종 신뢰도를 높이고, 유통 단계까지 이어지는 품질관리 체계도 함께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난축맛돈의 의미는 새로운 돼지고기 품종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고유 가축을 ‘보존’에서 ‘활용’으로 전환한 사례이며, 우리 고유 유전자원의 가치를 산업 속에서 실현한 모델이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우리 축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