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대영 ‘ESG 공시 로드맵’ 초안 발언 번복·후퇴 논란

3월 국회서 “尹정부안 아니다”
최근엔 “그대로 가져온 것” 인정
공시 대상 등 완화로 후퇴 비판
업계 “현정부 정책 발목 잡는 것”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로드맵’ 후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 정부안을 그대로 ‘복붙’(복사 후 붙여쓰기)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던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뒤늦게 이를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 부위원장이 직접 “윤석열정부 방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번복한 셈이다.

29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권 부위원장은 신 의원을 만나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ESG 공시는 기업이 탄소배출량 등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시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전체회의 때는 권 부위원장이 전 정부 안이라는 지적에 아니라고 답변했지만, 정작 의원실에 찾아와서는 윤석열정부 안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31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신 의원은 “ESG 공시의 적용 범위를 기후 관련 공시로 한정하고 30조원 이상으로 폭도 줄이고 일정도 못 밝히고 있다”며 “이는 윤석열정부 때 마련한 안이고, 후퇴한 전 정부 안을 가지고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부위원장은 “윤석열정부 방안은 전혀 아니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권 부위원장의) 의원실 방문 사실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ESG 공시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2021년 정부가 제시했더 기준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1년 문재인정부 때는 ‘2025년 시행·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대상이었지만 금융위는 ‘2028년·자산총액 30조원 이상’으로 시행시기와 대상 모두 완화했다.

이에 3월 말 국민연금은 금융위에 의견서를 전달해 공시 시기와 대상 기업 수 등의 보완 필요성을 지적했다. 지난 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회에서도 공시대상 범위가 좁고 법정 공시가 필요하다며 금융위 초안을 강하게 질타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경제·환경단체도 지난 2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4월 말로 예정됐던 공시 로드맵 발표 시기를 5월로 연기한 상태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발표 시기를 늦춘 만큼 금융위가 우려점을 개선한 내용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안이라 하더라도 시대와 흐름에 맞으면 연속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금융위가 내놓은 건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기조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며 “시대적 흐름에 맞는 개선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