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김범석”… 공정위, 규제 칼뺐다

동일인 지정… 5년만에 법인서 변경
“친동생 경영참여 등 예외요건 이탈”
정보유출 계기 악화된 여론도 한몫
쿠팡 반발… “행정소송 통해 소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는데, 5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김 의장 친동생인 김유석씨가 사실상 쿠팡 경영에 참여하는 등 동일인 예외요건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동일인 예외요건을 충족해 왔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쿠팡 본사(왼쪽)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

공정위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1일까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집단’과 명목 GDP의 0.5% 이상(12조원)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다. 공시집단으로 지정되는 경우 동일인을 함께 지정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공시·신고 의무가 부여되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일감 몰아주기)가 적용된다.

쿠팡은 2021년 공시집단이 됐지만, 당시 동일인은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당시 김 의장이 쿠팡Inc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2024년에는 신설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 이 판단은 지난해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졌고, 공정위가 쿠팡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정위는 쿠팡에 대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 정황을 확보했다. ‘자연인의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예외요건을 벗어난 것이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김씨의) 직급은 일반적인 임원급 지위가 아니라 물류를 총괄하는 정도의 직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동일인이 자연인으로 변경되면서 향후 더 투명한 경영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국장은 “김 의장의 경우 20% 이상 보유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 현황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쿠팡 측은 “미국 상장사로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특수관계자 공시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며 “동일인 예외요건을 충족해 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