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접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정당한 편의 제공 요구를 외면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노골적인 차별 행위뿐 아니라 ‘절차적 배려 부족’ 역시 위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로 풀이된다.
2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은 청각장애인 A씨가 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4년 12월 4일 해당 회사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청각장애를 사전에 알렸지만, 면접 진행요원으로부터 “면접관에게 전달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실제 면접에서는 별도의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고, A씨는 면접관에게 “잘 들리지 않으니 크게 말해달라”고 반복 요청해야 했다.
결국 A씨는 채용에서 탈락하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해당 회사에 채용 절차 개선과 장애인 차별 예방 교육을 권고했다.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채용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의미한다”며 “이를 소홀히 한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장애를 충분히 알리고 편의 제공을 요청했음에도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정진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악의가 없더라도 절차상 배려가 부족하면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미흡한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 차별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