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위기 예방…서울숲 일대 ‘SOS마음의전화’ 운영

생명보험재단, 위기 전 마음 신호 듣는 ‘SOS마음의전화’ 설치
오전 8시~오후 8시 상담…위기 시 경찰·소방 연계

문득 마음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 이름을 밝히지 않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화가 서울숲 일대 설치된다. 병원이나 상담센터 문턱에 서기 전 산책길 위에서 불안과 외로움·우울을 조심스레 꺼내놓을 수 있는 작은 연결 창구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내달 1일 개막하는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서울숲 내 ‘마음정원’에 ‘SOS마음의전화’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간다. 이번 상담전화는 한강 교량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처럼 긴급 위기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장치라기보다, 위기로 악화되기 전 단계의 마음건강 문제를 조기에 살피는 데 초점을 둔다.

 

위기 현장에서 오래 제기돼 온 과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더 이른 시점에 도움을 요청하게 할 것인가’이다. 심각한 위기 상황은 우울감, 불안, 관계 단절, 경제적 압박, 정서적 고립 등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시민은 자신의 상태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상담기관을 찾는 데 부담을 느낀다.

 

서울숲에 설치되는 ‘SOS마음의전화’는 이 같은 상담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특정 위기군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공원을 찾은 시민이 필요할 때 익명으로 전문상담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우울감이나 불안, 고립감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한강 위기상담에서 도심 공원 마음상담으로

 

생명보험재단은 2011년부터 한강 교량에서 ‘SOS생명의전화’를 운영해 왔다. 이 전화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이 현장에서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마련된 상담 체계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SOS생명의전화’를 통한 상담은 총 1만418건에 달했으며, 한강 교량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 2395명에 대한 구조 지원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운영되는 ‘SOS마음의전화’는 이러한 위기 대응 경험을 일상 공간으로 옮긴 모델이다. ‘SOS생명의전화’가 한강 교량 위 긴급 상황을 전제로 한 24시간 위기 대응 체계라면, ‘SOS마음의전화’는 일상 속 정서적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상담이나 지역 자원으로 연결하는 예방형 상담 체계에 가깝다.

 

◆ 상담소보다 가까운 공원, 서울숲을 택한 이유

 

‘SOS마음의전화’가 처음 설치되는 곳은 서울숲 중앙연못 자연제방 산책로에 조성된 ‘마음정원’이다. 서울숲은 가족, 직장인, 청년, 노년층 등 다양한 시민이 휴식과 산책을 위해 찾는 대표적인 도심 공원이다.

 

생명보험재단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시민들의 정서적 회복을 돕는 정원 공간을 조성해 왔다. 마음정원은 총 394㎡ 규모로 마련됐으며, 연못 하반림을 포함하면 전체 공간은 466.4㎡에 이른다. 정원은 △숲의 화원 △숲의 성소 △밝은 숲 등 세 구역으로 구성됐다.

 

‘SOS마음의전화’는 이 가운데 ‘숲의 성소’에 설치됐다. 공간 설계의 핵심은 산책과 휴식, 상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 익명 상담 후 필요하면 전문기관 연계

 

이용자는 이름이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상담할 수 있다. 상담 과정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 상담기관 등 지역사회 전문기관과 연결된다.

 

긴급 상황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경찰·소방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안전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단순 상담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상태에 따라 일반 상담, 전문기관 연계, 긴급 대응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운영 시간 외에는 직접 상담이 제공되지 않는다. 재단은 운영 시간 외 이용자에게 상담 운영 시간을 안내하고,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 관련 위기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