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은 미국에서 영어 말고 프랑스어가 쓰였다면 참 좋았을 것이란 뉘앙스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프랑스는 18세기 말 영국 식민지이던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자 군대를 보내 미국을 도운 인연이 있다.
마크롱은 2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 도중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찰스 3세는 지난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부인 커밀라 왕비와 함께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 중이다.
찰스 3세는 만찬장에서 바로 곁에 앉아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최근 대통령께서는 미국이 아니었다면 유럽 국가들은 독일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트럼프의 해당 발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나치 독일로부터 유럽을 해방시킨 업적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찰스 3세는 이어 “감히 말씀드리자면, 우리(영국)가 없었더라면 여러분(미국인)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를 비롯한 만찬 참석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 동영상을 SNS에 게시하며 마크롱은 영어로 “그것 참 세련될 것 같아(That would be chic)!”라고 적었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면 참으로 멋진 일이 될 것이란 뜻이다. 한때 프랑스 및 프랑스어의 경쟁자였던 영국 그리고 영어에 대한 부러움이 묻어난다.
프랑스는 17∼18세기 북미 대륙에서 영국과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여기에서 프랑스가 이겼다면 찰스 3세 말대로 북미 대륙 전체가 프랑스 세력권에 들어가면서 프랑스어가 영어를 대체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며 북미 대륙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은 크게 축소했다. 오늘날 캐나다의 퀘벡주(州) 정도를 제외하면 미국인과 캐나다인 대다수는 영어를 사용한다.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인 1776년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선포했을 때 프랑스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영국과 싸웠다. 이는 미국의 건국에 결정적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미국도 독립 전쟁 당시 외국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여기서 ‘외국’은 프랑스를 뜻한다.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19세기 말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건넨 선물이다.
그래서인지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트럼프 1기 행정부도 출범 후 첫번째 국빈으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초청했다. 다만 2025년 1월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첫번째 국빈으로 프랑스 대신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