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비행사들 불러 30분 동안 ‘병풍’ 세운 트럼프

백악관 초청해놓고선 기자들 하고만 대화
외신 “30분간 말 한마디 할 기회 못 얻어”

이달 초 달 탐사 임무에 성공한 미국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II)’ 승무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들은 트럼프가 미국·이란 전쟁을 주제로 기자들과 대화하는 내내 트럼프 뒤에 ‘병풍’처럼 서 있으며 말 한마디 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의 초청으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한 미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II)’ 비행사 4명이 트럼프가 기자들과 미·이란 전쟁 등을 주제로 일문일답을 나누는 동안 뒤에 병풍처럼 서 있다. 외신은 “비행사들이 약 30분 동안 말 한마디 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II 비행사 리드 와이즈먼(함장), 크리스티나 코크, 빅터 글로버, 제레미 핸슨 4명이 이날 백악관의 트럼프 집무실을 찾았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아르테미스 II가 태평양에 무사히 착륙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며 “곧 백악관에서 여러분을 뵙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우주 비행사들과 만난 트럼프는 “매우 용감하다”며 “덕분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매우 똑똑하고 몸에 좋은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며 “나는 신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만큼 우주 비행사로 성공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6년 6월14일 태어나 80세 생일을 불과 40일가량 앞둔 트럼프가 대중 앞에서 건강을 과시한 셈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배석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재러드 아이작먼 국장을 향해 “대통령도 우주 임무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가능하다면 자신도 달 탐사 또는 착륙 같은 과업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아이작먼 국장은 즉답을 피하며 “대통령님, 저희는 그 문제의 해결에 나설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의자 위)이 백악관에서 재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아이작먼 국장은 이날 미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II)’ 비행사 4명과 함께 트럼프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아이작먼 국장의 표정과 자세에서 짜증이 묻어나는 듯하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집무실에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됐다. 취재진은 아르테미스 II와 그 숭무원들의 활약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주로 미국·이란 전쟁에 관한 물음을 쏟아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트럼프는 “대단한 일”이라고 환영하며 “종국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리는 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을 거명하며 “나는 그를 잘 안다”고 단언한 트럼프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바쳤다. 그는 뜬금없이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화제로 올린 다음 “가까운 미래에 가능한 많이 (UFO 관련 파일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것(UFO)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dpa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 후 약 30분 동안 다른 주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며 “그 때문에 대통령 뒤에 서 있던 아르테미스 II 함장과 승무원들은 발언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으로서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더니, 정작 백악관을 찾은 우주 비행사들을 마치 병풍처럼 취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