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공직 기강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기관 소속 간부가 해외 파견지에서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또 다른 직원은 3년간 수백 건의 내부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공직 윤리’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NIA가 지난달 발표한 자체 특정감사 결과 인도네시아 현지에 파견된 센터장 A씨가 근무 중 교민 B씨로부터 스위스산 고급 손목시계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먼저 B씨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고급 양주 등 술을 선물했고, 이에 B씨가 시계를 건네자 이를 거절하지 않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제보를 접수한 NIA는 감사를 통해 A씨의 행위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A씨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 측은 “낯선 타국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교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을 뿐"이라며 “시계 역시 대가성 없는 순수한 선물로 생각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IA 측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관계자로부터 고가의 금품을 받는 행위는 공직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NIA의 비위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약 3년에 걸쳐 기관 내부 기밀 자료를 민간업체 관계자에게 상습적으로 유출하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입수한 NIA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씨는 2022년부터 2025년 2월까지 기관 이메일을 통해 민간업체 관계자에게 약 380차례 내부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출된 문건에는 사업 심의 문서, 경영회의 내부 자료, 평가위원 명단 등 기관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핵심 기관에서 금품 수수와 보안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NIA 측은 “최근 발생한 비위 사건 이후 해외 파견 인력에 대한 현지 밀착형 청렴 교육과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했다”며 “전 직원 대상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 흐트러진 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NIA는 지난해 11월 윤리소통팀을 신설하고, 부서별 직원이 참여하는 청렴 실무협의회를 분기별로 개최하는 등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시스템 붕괴로 진단했다. 윤우석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해외 파견지에서의 금품 수수와 장기적인 기밀 유출이 반복되는 것은 내부 감시 체계와 공직 윤리 교육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증거”라며 “공공기관의 느슨한 관리 시스템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