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려면 사진을 찍으면 된다. 나는 대상의 보이지 않는 깊은 곳으로 뚫고 들어가고 싶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살았던 화가 파울 클레의 말이다. 이 기간은 미술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실험들이 이어진 시기였다. 구상미술에서 추상미술로의 변화가 대표적이었다. 화가들이 그림은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구속에서 벗어나면서 다양한 양식을 쏟아냈다. 표현주의, 입체파, 야수파를 거쳐 추상미술로 향해 나갔다.
클레의 이 그림에는 이런 양식적 특징들이 합쳐져 있다. 클레가 사각형, 삼각형, 원형 등의 기하학적 형태로 얼굴을 구성해서 모방으로부터 형태의 해방을 이룬 입체파 방식을 적용했다. 야수처럼 색채를 사용해서 색채의 모방적 특성을 해방시킨 야수파 방식도 끌어들였다. 눈동자는 빨간색이고, 머리는 노란색, 입 부분은 흰색, 볼에는 분홍색 등이 그 흔적이다. 표현주의 영향으로 거칠게 칠한 색채 자국을 남겼고, 이 모든 것들을 합쳐서 반추상적 초상화를 이뤘다.
이렇게 클레는 어느 한 양식에 속한 화가가 아니었다. 그 시대를 살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작품을 구성해 나갔다. 그가 추상으로 향하게 된 것은 칸딘스키와의 교류를 통해서였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서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했던 클레가 ‘색채 음악으로서 그림’을 꿈꾸던 칸딘스키와 뮌헨에서 만나 뜻을 같이했다. 청기사파라는 추상적 표현주의 운동을 이끌면서 두 사람이 추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