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적독 생활 외

적독 생활(타이키 라이토 핌, 정아영 옮김, 서해문집, 1만7000원)=책을 모으는 기쁨과 무수한 책을 부담 없이 읽고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어 ‘츤도쿠(적독)’는 읽으려고 사지만 읽기는커녕 한번 펼쳐 보지도 않은 책을 집 안 곳곳에 쌓아두기만 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츤도쿠를 즐기는 사람들은 집에 있는 책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쌓여가는 책을 봐도 괴로워하지 않고 언젠가 다 읽으리라 믿는다. 저자인 ‘타이키 라이토 핌’은 개인이 아니라 책에 푹 빠져 버린 열정적인 독자들의 집단 필명이다. 이들은 산 책을 다 읽지 못해도 자신이 고른 책 한 권 한 권을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믿으며, 그 책들 덕분에 집은 어느 곳보다도 나다운 공간이 된다고 말한다.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윤상훈, 미래의창, 1만8000원)=설치미술가인 저자가 예술과 비즈니스라는 두 세계에 몸담으며 통찰한 ‘갭 디자인(Gap Design)’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피카소는 11단계에 걸쳐 황소의 형태를 깎아냈고, 마지막엔 선 하나만을 남겼다. 묘사를 걷어내자 역설적으로 황소라는 본질이 남았다. 박서보는 평생 캔버스 위에서 자신의 의도를 비워냈다. 그 빈자리에는 보는 사람의 감각이 들어앉았다. 이들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의도적인 ‘틈’을 만들어 관객을 개입시켰다. 예술가들이 메시지를 완성하는 대신 해석의 여백을 설계했듯, 지금의 브랜드 역시 똑같이 작동한다. 거리 두기, 잘라내기, 비워두기 같은 방법으로 의도된 ‘틈’을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들려준다.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잭 애슈비, 제효영 옮김, 김영사, 2만3000원)=자연사박물관 하면 흔히 대왕오징어나 공룡 같은 흥미로운 동식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구의 방대한 생물 표본을 수집하는 것도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이 표본들은 기후변화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지구적 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로 활용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박쥐 유전체 일부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럽 9개의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박쥐 표본 중 2만점이 백신 개발을 위해 분석됐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케임브리지 동물학박물관 부관장인 저자는 책에서 이 같은 자연사박물관이 하는 일과 역할을 들려준다.

셰익스피어 심리학(필립 G 짐바도·로버트 L 존슨, 배동근 옮김, 아르테, 4만원)=두 명의 심리학자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을 현대 심리학으로 읽어낸 책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전형인 리처드 3세, 인지저하증으로 고통받는 리어왕, 강박장애 징후를 보이는 맥베스 부인, 우울한 덴마크 왕자 햄릿 등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정신질환의 모습을 다양하게 다뤘다. 셰익스피어가 인간 본성에 대해 보인 관심은 뇌 해부학, 인성, 인지, 감정, 의식 상태에 이르기까지 심리학 영역 전체를 아우른다.

비트코인, 박수 칠 때 떠나라(송인창, 미류책방, 2만원)=재정경제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을 역임한 국제금융전문가인 저자가 장진 감독의 동명 영화 ‘박수 칠 때 떠나라’ 속 6개의 에피소드 제목을 빌려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의 본질을 분석하고, 한국의 비트코인 열풍이 왜 유독 거센지 살펴본다. 저자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메커니즘은 “더 비싸게 사 줄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라며 과거 여러 차례의 ‘버블’ 사례처럼 결국 마지막까지 탈출하지 못한 누군가는 반드시 손실을 떠안는다며 경고한다.

공간의 태도(황유정, 아트북스, 1만8500원)=공간 디자이너인 저자가 공간을 단순한 형태가 아닌 인간의 태도와 감각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살피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공간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어떤 공간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깊은 안온을 건네고, 또 어떤 공간은 설명할 수 없는 긴장과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 차이는 형태나 스타일이 아니라, 공간이 지닌 ‘태도’에서 비롯된다. 20여년간 뉴욕, 파리, 런던, 서울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도시들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이 인간의 내면에 스며드는 방식을 섬세하게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