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 합의할 때까지 대이란 해상 봉쇄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봉쇄가 폭격보다 어느 정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꽉 막힌 돼지처럼 질식하고 있고, 상황은 그들에게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포기 등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시 해상 봉쇄를 수개월 더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정유업계 임원들을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만나 이란전에 따른 에너지 시장 파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AFP통신은 한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봉쇄 조치를 수개월간 지속하면서 미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당장 군사행동을 재개하기보다는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선박 운항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국제 연합체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무부가 각국 미국 대사관에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한 ‘해양자유연합’ 구성 내용을 담은 전문을 보냈으며, 미국 외교관들에게 외국 정부가 연합체에 서명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현재와 미래의 호르무즈해협 관리에 다른 국가들이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WSJ는 짚었다.
일각에선 미국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행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액시오스는 미 중부사령부가 협상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단기적인 공습을 준비 중이라고도 전했다. 상업용 선박 통항을 다시 정상화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일부를 장악하는 계획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반발에 나섰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30일 발표한 서면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격이 수치스러운 패배로 끝났다”며 “호르무즈해협의 새 관리 체계를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란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국가 자산으로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미국의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날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오른 장중 배럴당 126.41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6월 이후 장중 최고치다.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 선물 가격도 110달러를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28일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에 쓴 비용이 현재까지 250억달러(약 37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제이 허스트 미 국방부(전쟁부) 회계감사관(차관)은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대부분은 탄약 비용이고 일부는 운영 및 유지 보수, 장비 교체 비용”이라고 부연했다. 미 방송 CNN은 기지 재건과 파괴된 군사 자산 교체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비용은 최대 500억달러(7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임시 휴전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 문제와 관련해 지원 의향을 보이자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관여하길 바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