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군 재배치 신호탄… 유럽과 달리 韓은 영향 제한적일 듯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검토]

트럼프, 비협조 동맹 보복 예고

나토의 전쟁 지원 거부 강한 불만
동맹 안보 부담 증대 기조도 겹쳐

美, 中의 영향력 확대 차단 노골화
韓 역할도 늘어 철수 가능성 작아
美 국방수권법 보장도 견제 장치

‘北 전면전 위협 억제’ 모델 약화 땐
주한미군, 숫자 아닌 역량 위주 재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 전쟁에 비판적인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실제로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유럽과 정치적 환경이 다르므로 주한미군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엄한 미군 기지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 기간이었던 지난 3월 9일 경기 평택시 소재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기지에 헬기와 지상장비들이 계류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독일과는 상황 달라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국방전략(NDS)에서 미군 전력을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유럽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자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NDS 등에 의해 해외 주둔 미군 축소 또는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는 유럽 내 동맹국들을 비난하자 유럽 주둔 미군 기지 폐쇄나 병력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유럽 주둔 미군 기지가 있는 스페인은 대이란 군사작전에 투입된 미군 항공기의 영공 사용을 불허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하기도 했다. 취임 초부터 동맹국의 안보부담 증대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기조를 강화하면서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에 나설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와 주장이 나오는 만큼 병력 감축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한국은 독일 등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선 중국 해·공군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일본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 해·공군의 활동 영역 팽창을 저지하려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은 미·중 경쟁 때문에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한미군의 중요성도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 깃발. 뉴시스

◆주한미군 재편, 규모에 영향 가능성

 

한국 국방부는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주한미군을 현 규모인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에 정부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NDAA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부의 정책 결정 시 미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된다. 주한미군의 갑작스러운 감축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최근 하원 청문회에서 “한반도는 미국 본토를 방어하고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핵심적인 전략적 요충지”라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이 단기적으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나, 미래에도 주한미군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남아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브런슨 사령관은 부임 직후부터 병력의 숫자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맞물려 주한미군이 기존의 북한 재래식 전면전 위협 대응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남중국해 등에서의 역할 확대에 나서고, 이를 위한 장거리 타격·전개 역량을 새롭게 갖출 경우에도 주한미군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할지는 확실치 않다. 주한미군에 F-35 스텔스기나 장거리 미사일, 고용량·고속 네트워크 체계 등이 추가되고 부대 배치가 조정되는 대신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재래식 전력이 줄어든다면, 이를 ‘주한미군 감축’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상징적 측면은 약화될 수 있어도 실질적인 전투력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전면전 위협 억제’라는 주한미군의 전통적 모델은 이미 약화됐으며, 이에 따른 변화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순히 병력 규모에 의존하는 전통적 억지 모델에서 벗어나 기술·전력·운용능력 중심으로 동맹을 재편하려는 흐름이 보인다”며 “앞으로는 상징성보다 실질적인 전력 및 동맹의 운용 방식이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