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암 투병 숨긴 채 끝까지 현장 지킨 김지영·허참·김영애

병세를 알리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섰던 김지영·허참·김영애

아픈 몸을 숨긴 채 끝까지 현장을 지킨 이들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뒤에서는 긴 투병을 견디고 있었다. 배우 김지영과 김영애, 방송인 허참은 암 진단 이후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에 서있었다. 

(왼쪽부터) 김지영, 허참, 김영애. 연합뉴스·뉴스1

 

세 사람은 병을 알리는 대신 평소처럼 일터로 향했다.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병세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중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마지막 활동에 담긴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 마지막까지 연기 놓지 않았던 ‘국민 엄마’ 김지영

故 김지영은 오랜 시간 대중에게 ‘국민 엄마’, ‘국민 할머니’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친근하고 따뜻한 역할로 익숙했던 그는 2017년 2월19일 폐암 투병 중 급성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특히 김지영은 폐암 선고를 받은 2015년 이후에도 약 2년 동안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 tvN ‘식샤를 합시다2’, JTBC ‘판타스틱’ 등에 출연했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차기작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故 김지영은 폐암 투병 중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연기를 놓지 않았다. 영화 ‘도가니’ 스틸

 

주변에도 건강 상태를 자세히 알리지 않았던 만큼 그의 투병은 별세 이후 뒤늦게 알려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 살아간 모습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17년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는 김지영을 기리는 추모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우리들 기억과 가슴속에 영원한 배우. 그래서 참 많이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잊지 않겠다”는 문구와 함께 “57년 연기 인생 동안 서민들에게 위안이 되어준 배우 고 김지영”이라는 자막이 담겼다.

 

1960년 영화 ‘상속자’로 데뷔한 김지영은 영화 ‘국가대표’, ‘해운대’,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했다.

 

◆ 25년 동안 자리 지킨 ‘국민 MC’ 허참

故 허참은 2022년 2월1일 간암 투병 끝에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오랜 시간 방송가를 대표하는 진행자로 활약하며 ‘국민 MC’로 불렸다. 1970년대 방송 활동을 시작한 뒤 ‘쇼쇼쇼’, ‘도전 주부가요스타’, ‘가요청백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으며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故 허참은 간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방송 활동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KBS 제공

 

특히 KBS ‘가족오락관’은 허참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그는 1984년 첫 방송부터 2009년 종영까지 약 25년 동안 진행을 맡았다. 1980년대 중반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당시를 제외하면 한 차례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프로그램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오락관’에서 외치던 “최종 점수, 몇 대 몇”은 허참의 대표 유행어로 남았다.

 

허참은 투병 중에도 방송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별세 3개월 전까지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고,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JTBC ‘진리식당’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과 만났다.

 

주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건강 상태를 자세히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비보 이후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 끝까지 카메라 앞에 섰던 ‘천생 배우’ 김영애

故 김영애는 2017년 4월9일 췌장암 재발로 인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는 66세였다.

 

김영애는 오랜 시간 강단 있는 연기와 묵직한 존재감으로 사랑받았던 배우다.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로열패밀리’, ‘형제의 강’, 영화 ‘변호인’, ‘카트’, ‘판도라’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는 2012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과 치료를 병행하면서도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영화 ‘변호인’, ‘카트’,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작품에 참여했다.

배우 故 김영애는 췌장암 재발 이후에도 촬영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카메라 앞에 섰다. 뉴스1

 

특히 KBS2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 당시에는 암 재발 진단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의 만류에도 “드라마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촬영을 이어갔고, 입원 중 외출증을 끊어가며 현장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김영애의 유작이 됐다. 병세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촬영에 임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연기 열정은 다시 주목받았다.

 

생전 그는 “연기가 1순위”라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영애의 아들은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삶에서 연기를 빼앗아 가면 너무나 큰 부분을 뺏긴 것”이라며 “사람에게 심장을 뺏으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머니에게 연기는 그냥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