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에 이란이 출전해도 된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이 이란의 참여를 원한다면 자신도 괜찮다는 것인데, 잔니 인판티노(56·스위스) 피파 회장에 대한 트럼프의 ‘무한 신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란은 조별 리그 3경기를 모두 미국에서 치를 예정인 만큼 그간 미·이란 전쟁에 따른 테러 가능성 등이 우려돼왔다.
트럼프는 4월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이란 전쟁 등 현안을 놓고 일문일답을 나눴다. ‘인판티노 피파 회장이 이란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트럼프는 “잔니(인판티노의 이름)가 그렇게 말했다면 나도 괜찮다”고 응수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에 이란이 참여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이는 앞서 테러 발생 가능성 등 안전상 이유로 이란이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힌 것에서 180도 바뀐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이란은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더불어 G조에 속해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란은 조별 리그 3경기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에서 치르게 된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의 선수들과 응원단이 미국에 오면 테러 가능성이 염려된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뒤 이란은 월드컵 출전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군부와 강경파 인사들 사이에 ‘미국과 전쟁 중인데 그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우리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파가 나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득하자 이란도 월드컵에는 출전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2016년부터 피파를 이끌고 있는 인판티노는 트럼프와 죽이 잘 맞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5년 인판티노는 노벨위원회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쳐 ‘국제 스포츠 단체장으로서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을 들었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불발하자 인판티노는 이른바 ‘피파 평화상’을 제정한 뒤 그 초대 수상자로 트럼프를 선정했다.
인판티노는 지난 2월 미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첫 회의에도 참석했다. 트럼프가 주도해 만든 평화위원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이후 중동 가자 지구의 평화 구축과 재건 지원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다. 인판티노는 “가자 지구의 평화 프로젝트에 쓰일 750억달러(약 111조원)의 모금을 피파가 돕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는 기뻐하며 인판티노와 피파에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다만 국제 스포츠계에선 ‘피파 수장이 트럼프를 상대로 아첨 외교를 펼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