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동일 사업장 내 지휘·명령 아래 일하는 관계라면, 사고를 낸 작업자라도 산재보험법상 구상권 청구 대상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올해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른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굴삭기기사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 판결을 이같은 취지로 파기자판했다.
A씨는 2018년 3월 부산 해운대구 한 복합시설 철거공사 현장에서 공사 업체 소유의 굴삭기를 운전해 기둥 해체 작업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 철근이 튀면서 공사업체 근로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입은 근로자에게 보험급여 약 8000만원을 지급한 뒤 A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다. 산재보험법 87조 1항은 공단이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재해 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
1·2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해당 조항의 ‘제3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올해 1월 전합은 해당 조항의 ‘제3자’를 판단할 때 ‘보험관계’가 아니라 ‘사업장에 내재한 같은 위험을 공유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그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한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새 전합 판례에 따라 1·2심 판단을 뒤집고 공단이 A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