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이번달 발권되는 항공권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유류할증료가 붙는다.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고 운항 규모를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도 수요 확보를 위한 할인 행사에 힘쓰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발권하는 항공권에는 유류할증료 최고 단계인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가 적용된다.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이래 33단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인 3월 6단계에서 4월 18단계로 급등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15단계가 뛰어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전 최고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은 22단계(2022년 7∼8월)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으로, 국토교통부 거리비례제에 따라 각 항공사에서 자체 조정을 거쳐 월별로 책정한다. 이 금액은 탑승일과 관계없이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항공사는 구매 후 탑승 시점에 유류할증료가 인상돼도 차액을 징수하지 않으며, 인하돼도 환급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거리에 따라 편도 7만5000원∼56만4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왕복 기준으로 거리가 가장 짧은 일본 후쿠오카·중국 칭다오 등에 15만원이, 가장 먼 미국 뉴욕·워싱턴 등엔 112만8000원이 붙는다. 3월(1만3500∼9만9000원)과 비교하면 두 달 새 5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8만5400∼47만6200원으로 책정했다. 이달 기준 4만3900∼25만1900원에서 2배가량 올랐으며, 3월 기준 1만4600∼7만8600원보다는 최대 6배가 넘게 인상됐다.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편도 기준 3만4100원으로 4월(7700원)과 비교해 4.4배 올랐다.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항공권 부담이 커졌지만 항공사들의 유가 부담은 그보다 더한 상황이다. 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지난달 기준 유류비 부담이 전월 대비 120%, 전년 대비 13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유류할증료로는 증가분의 절반만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비용 절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단가 인상 등 해외 공항의 급유 불안에 대비해 돌아오는 연료까지 미리 채워가는 ‘탱커링’도 시행 중이다. 항공유 비축률이 적은 LCC들은 일부 노선을 중단하거나 감편, 무급 휴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달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을 비운항한 데 이어 이번달에는 14개 노선에서 131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중장거리 노선에서 주로 운항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7월 22편을 비운항하기로 결정했다. 인천∼다낭 8편, 로스앤젤레스(LA) 6편, 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각 4편이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줄이는 움직임은 LCC에서 대형항공사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이번 달 국제선 3개 노선에서 총 8회의 항공편 운항을 줄일 계획이었으나 최근 그 규모를 13회로 늘렸다. 아직 비운항 노선이 없는 대한항공도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항공사들은 긴축 기조에도 프로모션에 힘쓰고 있다. 항공권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을 막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마케팅으로 해석된다. 티웨이항공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1일부터 13일까지 국제선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탑승 기간은 1일부터 오는 7월31일까지로, 할인율은 △일본·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최대 9%, 동북아시아 최대 8%, 유럽·미주·호주 최대 4% 등이다.
파라타항공은 유류할증료 인상분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한다. ‘황금연휴’로 불리는 1일부터 6일까지 항공권 발권 고객을 대상으로 5월 인상이 확정된 국제선 유류할증료(33단계)가 아닌 4월 기준(19단계)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인천∼다낭과 하노이 노선은 108달러에서 61달러로, 인천∼나트랑과 푸꾸옥 노선은 130달러에서 74달러로 각각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