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채가 글로벌 주요 투자 지표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지 1일로 한달을 맞았다. WGBI는 글로벌 연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이 투자의 잣대로 삼는 일종의 채권 시장 ‘모범 답안지’로 불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달간 10조원 규모의 한국 국채를 사들이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기대했던 대규모 자금 유입이나 원화 강세 등 시장 전반으로의 온기 확산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30일부터 4월27일까지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체결 기준 10조원, 결제 기준 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금융권이 예상한 월평균 8조∼9조원의 패시브 자금 유입 전망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유입된 자금의 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로 만기가 긴 중장기물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5년물(3조5600억원)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고 10년물(1조8900억원)과 30년물(1조8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잔고와 자금 회수 기간인 듀레이션을 보면 장기물 비중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며 “장기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자금이 빨리 빠지지 않고 묶여 있어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유입 규모나 시장 파급력 측면에서는 한계도 뚜렷하다. 안예하 연구원은 “WGBI 편입 후 패시브 자금이 일부 유입된 건 맞으나 능동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 자금은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았다”며 “적정 수준은 들어왔으나 생각보다 많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부터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됐기 때문에 이번 자금 유입이 그렇게 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편입 대상인 국고채에만 매수세가 쏠린 점도 한계로 꼽힌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금 유입이 외국인의 원화 채권 전반에 대한 투자 확대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WGBI 편입 대상 국채만 10조원 이상 증가했을 뿐 통화안정증권, 공사채 등 여타 비편입 채권에서는 모두 자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비편입 채권에서의 자금 이탈 현상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 원화 강세 압력도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시선은 5월 이후로 향하고 있다. 통상 WGBI 편입 비중은 매달 단계적으로 높아지는데, 이에 맞춰 외국계 자금이 추가로 밀려올 가능성이 크다.
재정경제부 황순관 국고실장은 최근 ‘WGBI 상시점검 및 투자유치 추진단’ 회의에서 “5월 WGBI 편입 비중 상승에 맞춰 추가 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인 연구원은 “일본계 자금이 투자 시기를 고민하는 것 같은데 당장은 금리 불확실성으로 많이 안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이후부터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