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가 부인하던 그라프 목걸이 수수는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목걸이는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교단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걸이를 건넨 윤 전 본부장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가 심리한 김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는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가 전달되는 과정과 수사 과정에서 은폐 시도가 한 편의 첩보물처럼 상세히 기록됐다. 단순히 목걸이를 수수했다는 사실을 넘어, 구입부터 배송,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번복, 최종적인 은닉 과정이 재판부의 판단과 함께 담겼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아내 이신혜(당시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 재정국장)씨는 2022년 7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6220만원짜리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 상품권 할인을 받아 약 6002만원에 샀다. 이씨는 한 달 뒤 이 목걸이 구입 대금을 통일교에서 정산받았다. 이후 목걸이는 김씨와 친분이 있는 중간 전달책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배송됐다. 전씨 처남은 2022년 7월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거주지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로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목걸이 전달 전후 구체적인 청탁도 오갔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7월 전씨에게 “해외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 25명과 사헬-사하라 유니언 의장을 포함해 60명이 한국에 옵니다. 한국 교육부 장관 예방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전씨는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김씨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은 그 무렵 알선의 대상이 되는 청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 보이고, 그러한 청탁을 인식한 상태에서 그 다음 날 위 목걸이를 전달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목걸이를 받은 김씨 반응에 대해 전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지만 별다른 말씀은 없어요”라고 답변을 전하기도 했다.
수사가 시작되고 전씨는 ‘꼬리 자르기’식 거짓말을 시도했다. 그는 수사 초기 “윤영호가 준 물건 일체를 김건희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보관 중에 분실했다”며 허위로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 비서가 앞서 전달받았던 수백만원대 샤넬 가방들을 백화점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내역이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된 뒤 진술을 뒤집었다. 덜미가 잡히자 그라프 목걸이 역시 김씨에게 전달했음을 자백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번복 과정에 대해 “전성배에게는 영부인이었던 피고인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면 자신과 피고인 모두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허위의 진술을 할 동기가 있었고, 다만 수사 절차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피고인의 비서가 샤넬 가방 등을 다른 물건으로 교환한 내역이 확인되는 등 거짓이 드러날 위험에 처하게 되자 사실대로 진술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전성배의 수사 초기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금품 수수 직후의 여론 회피 정황과 최종 은닉처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8월 “일전에 여사님께 드렸던 선물의 개런티 카드가 나왔는데. 어떻게 전해드릴는지요”라고 묻자, 전씨는 “당분간은 조심해야 될 듯요”라며 수령을 미뤘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피고인이 2022년 6월 해외 순방에서 착용하였던 목걸이(반클리프 아펠)가 구설에 올랐기 때문에 선물 수수 등에 관해 조심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망이 좁혀오던 2024년경 김씨는 전성배에게 다시 연락해 교환한 샤넬 가방과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을 모두 가져가라고 지시했다. 전씨 처남은 김씨 비서로부터 이 물품들을 건네받아 강남구 역삼동 전씨 법당이 있는 집으로 가져갔다. 김씨에게 건네졌던 명품들은 그렇게 법당 단지 안에 보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