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창사 1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의 붉은 깃발이 올랐다.
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원 2800명이 닷새간의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파업에 가세하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연쇄 셧다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 업계 뒤흔든 ‘성과급 공식’… 삼바 노사 갈등의 도화선 됐나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며 상한선을 폐지한 사례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인접 업종 계열사 내부의 보상 심리를 자극했다는 관측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OPI) 재원으로 확보하고, 기본급 14.3%를 인상하는 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임금 인상률 6.2%와 영업이익 10% 수준의 성과급 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단 하루만 멈춰도 치명적… 1분기 이익 맞먹는 손실 우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연속 공정’ 특성상 단시간의 공백도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부분 파업으로 항암제 등 23개 제품 일부가 폐기되며 1500억 원쯤의 손실이 발생했다.
사측은 파업이 5일간 이어질 경우 총손실 규모가 6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인 5808억 원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법원이 전체 9개 공정 중 6개 공정에 대해 파업권을 인정하면서 생산 차질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삼성전자 18일 총파업 예고… 산업계 연쇄 셧다운 공포
업계는 이번 파업이 삼성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를 요구하며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출 경우 예상 손실액은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위탁생산(CMO) 시장에서 신뢰도가 핵심인 만큼, 파업 장기화가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신입사원 100여 명을 긴급 투입해 가동 중단을 막고 있으나, 숙련도가 낮은 인력으로 공정 품질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번 파업을 ‘1차 총파업’으로 규정했다. 오는 5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개정법 시행으로 합법 파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까다로워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연속 공정 산업군에서도 노조가 사상 초유의 ‘6400억 원대 손실’을 무릅쓰고 전면 파업이라는 강수를 둘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