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분노에 독일 꼬리 내리나… “이란, 美 자극 말아야”

수습 나선 외교장관 “대서양 동맹 강력”
美 전쟁부, 주독미군 5000명에 철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대한 분노에 깜짝 놀란 독일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트럼프의 이란 전쟁 수행 방식을 강하게 비판한 뒤 트럼프는 곧장 주독미군 일부 철수 등 보복 조치를 꺼내들었다.

 

지난 2025년 5월 튀르키예에서 만난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주미 독일 대사관 SNS 캡처

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츠 총리의 경고는 이란에 잘 전달됐다”며 “이는 과도하게 행동하지 말고 특히 미국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지도부는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의 협상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앞서 메르츠는 중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하던 도중 “미국이 아무 전략도 없이 이란과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미국) 전체가 이란에 의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며 조롱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바데풀 장관은 메르츠의 이 발언이 미국보다는 이란을 겨냥했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이다. 미국과 싸우는 이란을 향해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해선 안 되고 평화 협상에 응하는 것이 순리’라는 취지로 타일렀다는 주장인데, 미국 정부에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지난 3월 초 백악관을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데풀 장관은 독일과 미국 양자 관계가 양호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나는 국무부를 비롯한 미국 행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잘 알고 있다”며 “대서양을 사이에 둔 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도움이 필요할 때 독일에 의존할 수 있다고 느낀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메르츠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주독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날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약 3만6000명인 주독미군에서 육군 1개 전투 여단 규모인 5000명가량을 줄이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숀 파넬 전쟁부 대변인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이 이미 해당 부대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메르츠의 발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 미 전쟁부 내부에서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쟁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메르츠 총리의 언급이) 부적절하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작전이 동맹국들에게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점에 분명한 불만을 표시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