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소풍이 뭐예요?”… “강사 초빙해 체험활동 하는 거야” [수민이가 화났어요]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고 하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초중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단체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냐”고 물었고,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게 책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지 않은가,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 지적대로 실제 어느 정도나 학교 현장에서 체험학습이 줄어들었을까.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배경을 살펴봤다.

 

올해 초중고 10개 중 3개 학교만 소풍을 갈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올해 초중고 10곳 중 3곳만 소풍 계획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 중 올해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실시 계획을 밝힌 곳은 31%인 407개교다. 초중고 10개 중 3개 학교만 올해 소풍을 갈 계획이 있다는 의미다.

 

학교 급별로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실시 비율은 나란히 26%를 기록했다. 중학교는 42%였다.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3년 전체 초등학교의 99%, 중학교의 85%에서 소풍을 갔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감소한 규모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도 비슷하다. 지난해 경기도 초등학교 694곳이 비숙박형 현장체험 학습을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계획이 있는 학교가 397곳으로 300곳 가까이 줄었다. 그 이유가 뭘까.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47) 씨는 “요즘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교조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21일 발표한 학교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최근 1년간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에 관한 물음에 10.8%가 ‘학교 내 체험활동 중심’으로 했다고 답했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국으로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이 약 53% 수준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이 비율이 더 낮다”며 “초등학교는 더 안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험학습 인솔 교사 기소가 전환점

 

체험학습이 급격히 감소한 데는 2022년 강원도로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로 교사가 기소된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당시 담당 교사는 안전사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은 금고 6개월에 선고 유예 판결을 했고 지난해 말 형이 확정됐다.

 

올해 1월에는 광주지법 목포지원(형사3단독 최형준 부장판사)이 2023년 전남 목포에서 현장체험활동 중 특수교육 학생이 인근 선착장 앞 바다에 빠져 숨진 사고에서 인솔 교사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며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안전사고 책임 공방으로 위축된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밝히자, 교원단체들은 대통령의 관심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교사의 업무 부담 해소와 법적·행정적 보호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면책을 강화하고, 체험학습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며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