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운 ‘탄소세’ 도입 분수령…“무탄소 선박 전환 서둘러야”

전 세계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국제 해운의 탄소 감축 논의가 연내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핵심은 화석연료를 쓰는 선박에 탄소요금을 부과할지 여부다. 국가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특정 산업에 법적 구속력을 갖춘 첫 국제 ‘탄소세’ 도입이 될 수 있지만, 나라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최종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기후솔루션은 3일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제84차 회의에서 ‘넷제로 프레임 워크’(NZF)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고 밝혔다. 회의는 영국 런던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됐다.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모습. 뉴시스

‘넷제로 프레임 워크’(NZF)는 IMO가 국제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논의 중인 해운 탈탄소 규제 체계다.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탄소세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반대로 감축 목표를 달성한 선박은 ‘초과 배출권’이 주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NZF는 지난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반대로 채택이 1년 연기된 바 있다. 기후솔루션은 “반대국들의 지속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NZF는 끝내 기각되지 않고 협상의 틀로 유지됐고 연말 IMO 회의에서 최종 합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연말 합의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금이 국내 조선·해운의 탈탄소 전환과 산업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유민 기후솔루션 해운팀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NZF의 구체적 가이드라인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제 논의와 발맞춰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공적금융과 연구개발(R&D) 지원의 중심을 화석연료에서 비화석연료 기반의 저탄소·무탄소 선박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한국조선해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획 및 기후변화 전략팀 수석매니저로 근무했던 김준호 기후솔루션 수석자문위원은 “NZF가 연내 최종 합의라는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글로벌 해운 규제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며 “만약 이 확실한 신호를 무대응으로 흘려 보낸다면 2030년 중간 감축 목표 시점에 닥칠 전환 비용이 고통스럽게 집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조선소는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건조 기술을 이미 갖췄음에도 여전히 LNG 등 화석연료 선박에 편중된 수주 구조가 문제”라며 “조선소는 무탄소 추진선과 디지털 최적화를 결합한 ‘저탄소 패키지’를 새로운 수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