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계속 올라요, 지금 사시는 게 이득입니다.”
3일 오전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이러한 내용의 포켓몬스터 캐릭터 ‘잉어킹’을 담은 카드 판매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을 위해 특별 제작한 ‘잉어킹 프로모 카드’이며, 수집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알려졌다. 포켓몬스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앞서 포켓몬코리아가 서울 성동구 일대를 중심으로 시작한 대규모 이벤트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은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아수라장이 됐다. 메가페스타는 서울숲 등 성수동 일대를 포켓몬스터 테마로 꾸미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축제지만, 협소한 골목에 인파 수만명이 몰리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극에 달했다.
포켓몬코리아는 행사를 앞두고 게임 ‘포켓몬 고’ 계정 1개당 카드 1장만을 제공하며, 복수 계정을 보유해도 추가 증정은 없다고 엄격한 기준을 공지했다. 참여자들은 ‘포켓몬 고’ 스탬프 랠리로 3개 이상의 스탬프를 획득해야 하며, 서울숲 내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에 마련된 안내소에서만 카드를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과 특정 장소로의 집결 유도는 인파 밀집을 부추겼고, 결국 ‘잉어킹 카드’ 증정 이벤트는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시작 직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현장의 소동은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카드를 손에 넣지 못한 팬들의 분노와 달리,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가격으로 잉어킹 카드 판매 글이 도배 중이다. 한 판매자는 “해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는 40만원도 넘는다”며 “오히려 내가 더 저렴하게 내놓아서 손해 보는 격”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되팔이 행위를 정당화했다.
구체적인 판매 수법은 더욱 교묘해졌다. “5월 4일 온라인 폼을 작성해 배송지 주소를 구매자 쪽으로 바꿔주겠다”는 이른바 ‘주소지 변경’ 거래글 등이 판매가격 18만원에서 30만원선에 올라온다. 물건을 받기도 전에 권리부터 팔아치우는 기현상이다.
세계일보가 ‘잉어킹’을 키워드로 알람을 설정하자 정오를 기점으로 판매 글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쏟아지며 스마트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16만5000원에 올라온 비교적 저렴한 판매글은 게재 50여분 만에 ‘판매 완료’로 상태가 바뀌는 등 과열 양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켓몬코리아는 축제 과열로 안전사고 조짐이 보이자 지난 1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사는 “현장 안전상의 이유로 프로모 카드 증정을 취소하며, 추후 온라인 접수를 통해 배송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행사 첫날 스탬프 랠리 조건을 충족한 인원에게는 모두 카드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팬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책은 오히려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온라인 접수 방식의 허점을 노린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누리꾼은 “무인 택배함이나 단기 임대 숙소를 주소지로 이용하는 편법을 막아야 한다”며 서울숲 등지에서 대놓고 중고 거래를 모의하던 이들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참여 자격을 둘러싼 불만도 거세다. GPS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스탬프를 찍은 이들이 속출했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힘들게 성수동까지 찾아간 사람들은 인파에 치여 스탬프도 다 못 찍고 귀가했는데, 부정 참여자들에게까지 카드를 뿌리는 게 맞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보로 팬들을 불러 모았지만, 현장 통제와 공정한 분배 시스템 마련 측면에서 포켓몬코리아가 낙제점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잉어킹 카드 대란’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안일한 기획 속에 순수한 팬심은 멍들고, 중고 물품 판매자들의 배만 불리는 축제 문화의 기형적인 현상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온라인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