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아동의 ‘놀 권리’

교육부의 ‘2025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평균 비만군 비율은 29.7%로, 전년(29.3%)보다 0.4%포인트 올랐다. 2024년까지 내리 3년 하락하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열량·고지방·고당분 음식을 즐겨 먹는 습관과 더불어 TV 시청, 스마트폰 이용 증가 등에 따른 부족한 신체활동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놀이는 아동의 인지·언어·정서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래나 어른과의 놀이 속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력, 상상력, 사회성, 자아정체성을 키운다. 유엔이 생존·보호·참여권에 더해 발달권까지 4대 권리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놀 권리’를 명시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초등 4년에서 고2까지 1177명과 교사를 포함한 성인 815명을 대상으로 ‘2025 아동권리 인식조사’를 수행한 결과 아동 응답자의 40.1%는 놀 권리 보장에 가장 방해되는 요인으로 ‘놀 시간의 부족’을 꼽았다. 성인도 가장 많은 34.8%가 같은 응답을 내놨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제2회 ‘세계 놀이의 날’(6월11일)을 맞아 88개국 대상 유엔 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20% 가정의 3∼4세 중 57%는 최근 3일 동안 부모나 보호자와의 놀이 및 조기학습 활동목록 중 최소 4종류 이상을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상위 20%에선 29%에 그쳤다. 이 목록에는 책 읽기, 이야기하기, 노래 부르기, 외출하기, 놀아주기, 사물 이름 짓기, 숫자 세기, 그림 그리기가 포함된다.

서울에선 놀이터 소음 민원에 시장이 아동의 놀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결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발의될 정도로 놀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축구와 야구를 제한하는 초등학교는 전체의 4.6%(287곳)로 나타났는데, 안전사고와 소음을 둘러싼 학부모와 주변 민원 탓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활기찬 함성이 안 들리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장애아동도 함께 뛰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는 0.03%에 불과하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이 꿈꾼 대로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온종일 실컷 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