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022년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 통관을 허용한 이후 최근까지 4년여간 리얼돌 수입 건수가 2300건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형상이나 특정 인물을 본뜬 것이라는 등 이유로 통관이 보류된 건수는 꾸준히 줄었다. 올 2월 대법원이 다시 한번 리얼돌 수입 허가 취지 판결을 내리면서 리얼돌 논란이 재점화한 모양새다. 최근 리얼돌 수입을 막아달라는 국회 청원이 5만명 동의를 달성해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됐다.
3일 관세청에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통관이 허용된 리얼돌은 2391건으로 집계됐다. 통관이 보류된 건 2022년 315건, 2023년 84건, 2024년 85건, 지난해 18건으로 매해 감소했다. 관세청은 “통관보류는 주요 세관에 설치된 성인용품 통관심사위원회를 통해 미성년·특정인물 형상 등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유통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1, 2심에 이어 리얼돌이 사적 공간에서 이용될 경우를 고려하면 일률적 통관 금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성행위 도구로 은밀하게 사용되지 않고 유통돼 사적인 공간 외에서 사용된다면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이 알려지면서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무분별한 리얼돌 수입·통관’을 막을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올라왔다. ‘리얼돌 수입 및 통관 반대에 관한 청원’을 게시한 조모씨는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여성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성적 도구로 취급한다”며 “성평등 가치에 어긋나며 여성을 소유물이나 도구로 인식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인물과 유사한 형태의 리얼돌 사용은 왜곡된 성적 환상을 강화해 잠재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거나 여성을 향한 폭력적 인식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청원은 게시 2주 만인 지난 20일 청원 동의 5만명을 달성해 소관 상임위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리얼돌 논란은 7년 전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했을 때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리얼돌 수입 금지 청원이 올라왔고, 26만명 이상 동의를 얻자 청와대는 “특정 인물 형상이나 아동 형상 리얼돌에 대해 규제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후 관세청은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표현하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 신체를 본뜬 형태에 대해서만 제한할 뿐 수입과 국내에서의 제작을 금지하진 않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리얼돌 논쟁을 ‘수입업자와 여성 간 갈등’ 너머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는 “수입업자의 영업권이나 개인의 권리 보호라는 법리적 차원에만 논의가 머물러 있다. 사회·국가적 차원의 성찰이 부재하기에 수입업자 개인의 이윤 추구와 여성의 불안만 증폭되고 있다”며 “리얼돌 판매나 운영 실태에 대한 차분한 조사가 필요하다. 인간 형상을 모방한 기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토론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