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전담법관까지 지정? 위헌 소지”… 특검법 논란 지속 [與, 조작기소 특검법 논란]

법조계 조작기소 특검법 비판 잇따라

대통령 임명한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
‘셀프 면죄부’ 등 우려 불가피할 전망
“‘살아있는권력’ 수사해야 할 특검이
‘하명수사’… 檢 개혁 취지에도 반해”
변호사단체 “李, 입법 중단 요구하라”

여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 조작 수사·기소 의혹 특별검사법안’(조작기소 특검법)을 두고 위헌·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이 임명권자인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두고 ‘사법부 독립 침해’란 지적이 거세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전담해서 맡을 영장전담법관 지정 조항 등도 위헌성이 짙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3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이 지난달 30일 대표발의한 특검법을 살펴보면 조작기소 특검은 이첩 받은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형사소송법상 1심 판결 전까지 공소취소가 가능한데, 특검법에 따른 특검의 수사 대상 12개 사건 중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의 1심 재판이 대선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앞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공소유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결론을 정해놓고 가는 것”이라며 “가장 문제는 ‘누구도 자신의 재판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 교수는 이어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면서 검찰청을 없애고 왜 자꾸 특검을 만들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주는 것이냐”며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하고도 전혀 맞지 않다.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맹폭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특검이란 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이렇게 제한 없이 (정권이) ‘하명수사’를 시키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번 특검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삼권 분립의 원칙, 그리고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침해하는 등 위헌성이 굉장히 짙다”며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법을 뜯어 고치는 것) 중에서도 이렇게 노골적인 법은 없었다”고 역설했다.

 

특히 조작기소 특검법 제13조에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특검이 청구한 영장의 심사를 전담할 법관 1명 이상을 보임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을 놓고 차 교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누가 재판을 할지 특정하는 것 자체로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질타했다.

 

차 교수는 대통령기록물 열람 기준을 완화한 특검법 조항 역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국가기록물법에선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를 고등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조작기소 특검법은) 지방법원장이 할 수 있게 해 빗장을 상당히 허술하게 만들었다”며 “이 조항도 차별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고, 죄가 있더라도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하면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는 특검법 조항들을 두고도 그간 여권이 비판해온 검찰의 별건 수사나 진술 회유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힘 지도부 강력 반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도둑이 경찰을 임명하는 격”이라며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통령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허정호 선임기자

변호사단체들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은 이날 성명을 내 “이번 특검법안은 조작기소라는 가공의 전제 위에 세워진 처분적 입법”이라며 “이 법안이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사건들은 이미 적법한 공소제기 절차를 거쳐 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인 구체적·개별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입법자가 특정 피고인의 특정 사건만을 겨냥해 공소유지 여부 결정 조항을 끼워 넣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리를 강행하려는 건 평등 원칙과 일반성·추상성을 본질로 하는 법률유보 원칙을 막무가내로 유린하는 처분적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한변은 이 대통령을 향해선 “자신을 위한 공소취소 입법 추진을 좌시해선 안 된다”며 “헌법수호의 궁극적 책무를 지는 자로서 민주당에게 이런 야만적 법안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직접 요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준 이하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변호사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하 착한법)도 전날 성명에서 “권력자를 위한 특검 제도 왜곡을 중단하라”며 “공소 취소권 부여 특검법은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정면 침해한 위헌 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소 취소는 공소권이 유지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것”이라며 “조작 기소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가려야 할 사안이지, 수사기관이 재판을 중단시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착한법은 재판 중인 사건을 특검에 강제 이첩하도록 하는 특검법 조항 역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또 “‘공소유지 변호사’ 제도는 국가소추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이와 같은 조항들은 특정인의 재판 결과를 바꾸기 위해 사법 절차 자체를 변형하려는 시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