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국제정치 전문가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일했던 인사에게 들은 말이라며 전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보여주는 리더십의 혼란, 불확실성을 꼬집은 것이다. 세계일보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평가를 위해 국내외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상실로 이어져 국제사회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각국을 상대로 시작한 관세 전쟁, 세계 경제를 혼돈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이란 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다분히 반영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균열과 해외 주둔 미군 조정 등은 현실화된 리스크다. 한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변수’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고, 행정부 실무라인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트럼프 리더십의 핵심은 예측불가능성에 가깝다. 기존에는 ‘성동격서(聲東擊西·상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실제 목표를 공략하는 전술·전략)식 협상 전략’으로 이해했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혼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전 우드로윌슨센터 국장은 “예측불가능성은 트럼프의 개인적 의사결정 스타일의 일부이며 동시에 전략적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원맨쇼’에 가까운 정책은 결국 미국에 대한 신뢰 약화, 동맹국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스탠가론 전 국장은 “(외교의 예측불가능성은) 간헐적이라면 협상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되면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만 만든다”고 꼬집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맹국 입장에서는 피곤함 그 자체”라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미국 우선주의자였지만 동맹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관리했다. 트럼프는 그런 게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불확실성에 적절히 대응해야 할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미 행정부 내 실무 관료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관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며 “그래야 지금의 여러 논란에 대한 정확한 처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을 짚으며 “한국은 미·중 사이의 균형추, 즉 ‘전략적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중 전략 경쟁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가오펑 칭다오대 특임교수)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