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로 송영길 전 대표(사진)를 지난 23일 전략공천 했다. 박찬대 의원이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정청래 당대표는 공천 발표 자리에서 “연수구갑은 그렇게 녹록한 지역이 아니다”라며 험지임을 언급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인천 연수갑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핵심 전략지”라며 “당의 소중한 자산인 송 전 대표의 중량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고 발탁 사유를 밝혔다. 당선 시 송 전 대표는 6선에 오르게 된다.
송 전 대표의 정치 인생은 인천 계양에서 시작됐다. 1963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81년 광주 대동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84년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을 맡았었다. 학생운동으로 85년 구속·제적됐다가 87년 6월 항쟁 후 사면 복권됐다. 졸업 후 인천에서 노동운동과 택시 운전, 변호사 활동을 거쳐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 인천 계양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16·17·18·20·21대 당선돼 계양에서만 5선을 지냈다. 인천이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한 이래 한 지역구에서 5선 이상을 한 의원은 그가 유일하다.
송 전 대표의 행정 경력은 2010~14년 민선 5기 인천광역시장으로 압축된다. 취임 당시 인천시는 분식결산 등을 합쳐 실질 부채가 11조7300억원에 달했지만, 도시철도 2호선 계약방식 변경(444억원 절감)과 인천도시공사의 10조원 규모 16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3년 부채 4506억원을 감축하고 800억원 흑자로 전환시켰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2년 사상 최대인 34억3000만달러로 전국 2위에 올랐고, 3년간 일자리 17만3000개를 창출해 서울·경기를 제치고 ‘일자리 평가 최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
가시적 성과는 송도국제도시의 글로벌화로 정점을 찍었다. 2012년 그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송도에 유치했다. 독일 본을 비롯한 강대국 후보 도시와의 경쟁에서 한국이 거둔 첫 유엔 산하 대형 국제기구 본부 유치였다. 2013년에는 김용 당시 세계은행(WB) 총재와의 면담을 통해 WB 한국 사무소를 송도에 설치했다. 현재 송도에는 GCF 등 15개 국제기구가 입주해 있다. 송 시장 시절 닦아 놓은 글로벌 자산 위에 지금의 송도가 서 있는 셈이다.
그의 또 다른 자산은 외교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데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와 일본학과를 졸업했고, 칭화대에서 중국어로 특별강의를 한 적도 있다. 러시아어도 수학했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한-프랑스·한-인도 의원친선협회장을 지냈고,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의 슈발리에(기사)장을 2009년 받은 데 이어 2013년에는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러시아 훈장 오르지나 드루쥐비를 한국인 최초로 수훈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신북방정책의 한 축을 맡기도 했다.
2021년 5월 민주당 당대표를 끝으로 한동안 떠나 있었지만, 지난 2월 복당하며 정치무대로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인천일보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는 “저의 부족함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며 “당대표로 잘나갈 때 서민 고통을 제대로 파악했는가, 억울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는가 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 어려운 현장을 더 찾아가는 정치를 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신이 터전을 닦은 계양 옆 원도심으로 발길을 옮긴 이번 출마 자체가 그런 다짐을 처음으로 실천에 나서는 셈이다.
국내외 정치사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해 더욱 탄탄한 경로를 닦은 이들은 적지 않다. 리처드 닉슨은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빌 클린턴은 80년 아칸소 주지사 재선 실패 후 82년 주지사로 복귀해 결국 백악관에 입성했다. 한 차례 공백을 거친 정치인이 지역구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신뢰를 쌓아 더 큰 무대로 나아간 역사다. 송 전 대표가 정치적 고향인 계양 대신 ‘상대적 험지’로 분류되는 연수갑에 전략공천된 배경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인구 증가로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가 재편되면서 기존 연수을에 속해 있던 옥련1동·동춘1동·동춘2동이 연수갑으로 이관됐다. 그 결과 연수갑은 옥련1·2동, 선학동, 연수1·2·3동, 청학동, 동춘1·2·3동 등 8개 행정동의 ‘원도심 단일 선거구’가 됐다. 연수갑은 1990년대 초반 택지 개발로 조성된 노후 단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와 같은 행정구역에 있으면서도 정비사업 18개 구역이 동시에 대기 중인 도시 격차의 한복판이기도 하다.
연수갑이 안고 있는 도시 격차는 단순한 정비 문제를 넘어선다. 18개 정비사업 구역의 초기 자금 조달과 용적률 장벽, 세 차례 지연된 인천발 KTX의 일정 사수, 옥련·청학·선학 일대의 노후한 생활 인프라, 그리고 BYC사거리·동춘동 상권의 지속되는 침체 등이 한데 얽혀 있다. 22대 총선에서 박 의원이 옥련1동과 청학동에서 패배하고 국민의힘 정승연 후보가 46.1%를 득표하며 초접전을 펼친 것도 이런 도시 격차 누적의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두고 ‘송도 중심 성장 모델을 원도심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검증받는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부터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박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인천발 KTX·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원도심 환승·청학역 추진, 옥련시장의 문화관광형 시장 선정, 보훈회관 신축 국비 10억원 확보 등의 의제를 끌어왔다. 다만 인천발 KTX는 2021년 개통 목표에서 세 차례 연기 끝에 오는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고, 18개 정비사업 구역은 초기 자금 조달과 용적률 장벽으로 대부분 지연된 상태다. 따라서 연수갑 현안의 ‘완성’은 다음 의원에게 넘겨진 상황이다.
연수갑에는 한국 정치에서 흔치 않은 또 하나의 현안이 있다. 연수1동의 ‘함박마을’은 전국 최대 규모의 고려인 밀집지역으로, 6000명 이상의 고려인과 중앙아시아계 외국인이 거주하며 동 인구의 약 40%를 차지한다. 다문화 주민의 금융 소외, 언어 장벽, 교육 수요는 연수갑의 독특한 정책 과제다. 러시아어를 수학하고 한·러 관계 복원을 외교 의제로 줄곧 제시해 온 송 전 대표의 자산이 지역 현안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다. 후보의 외교 경력이 지역구 다문화 정책과 이만큼 직결되는 사례는 한국 총선사상 드물다.
송 전 대표는 28일 인천일보 인터뷰에서 정책 방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인천시장 시절 기업 유치와 국제기구 유입,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송도를 글로벌 도시로 만들었다”며 “이제는 그 성과를 연수 원도심과 연결해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각 동을 순회하는 타운홀 방식으로 주민 의견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생활 밀착 행보도 예고했다. 의정 활동 방향으로는 외교·안보를 앞세웠다. “국회에 들어가면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며 “외교가 제대로 안 되니 전쟁이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러 관계 복원을 주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개인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장(DNI) 등을 예방하고 귀국한 바 있다고도 전했다.
결국 이번 6·3 보궐선거는 송 전 대표 개인의 6선 도전을 넘어 인천이 ‘성장 이후의 단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묻는 선택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김남준 후보가 이웃 계양을의 풀뿌리에서 출발한다면, 송 전 대표는 자신이 닦은 송도라는 자산을 바로 옆 원도심에서도 재연해야 하는 과제 위에 선다. 한 정치인이 만든 도시 성장의 성과가 인근에서 다음 세대 격차 해소로 환원될 수 있을지, 그 답이 내달 3일 연수갑에서 나온다.
김정훈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