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30… 與 ‘오빠 논란’, 野 ‘윤어게인 공천’ 수습에 분주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6·3 지방선거가 4일로 정확히 30일 남았다. 주말 사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모두 경상권으로 달려가 ‘영남 민심’ 잡기에 몰두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부산 북갑 보궐선거 후보인 하정우 전 청와대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비서관과 부산 구포시장을 찾아 상인과 사진을 찍은 뒤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 후보를 끌어안으며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활짝 웃으면서 추 후보와 포옹한 뒤 “하나된 대구, 하나된 보수”를 외쳤다. 여론조사상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앞서는 민주당은 ‘돌발변수’를 억제하는 것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도 좁혀지지 않는 내부 균열을 잡는 것이 과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3일 함께 우산을 쓰고 부산 북구 구포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①사흘간 영남 머문 정청래…‘오빠 재촉’에 “송구”

 

정 대표는 4일 부산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부산·울산·경남(PK) 공천자대회에 참석한다. 오후에는 경북 포항에서 열리는 경북 공천자대회 일정을 소화한다.

 

끊임없이 겸손, 자중, 낮은 자세를 강조한 정 대표는 선거 국면에서 터질 수 있는 갑작스러운 변수를 경계해왔다. 그러나 전날 정 대표가 하 후보와 구포시장에서 유세하던 중 초등학생에게 하 후보를 향해 “오빠라고 해보라”고 말한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커졌다. 하 후보는 옆에서 “오빠”라고 거들었다. 정 대표는 1965년생으로 61세, 하 후보는 1977년생으로 49세다. 해당 발언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자 정 대표는 “아이와 아이 부모님께 송구하다”고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구포시장 방문 전까지 정 대표는 방방곡곡을 돌며 후보 띄우기에 분주했다. 민주당이 영남 표심을 잡기 위해 연일 강조하는 의제는 ‘경제’다. 정 대표는 구포시장 일정 뒤 경남 창원시 김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김경수가 부울경 메가시티를 이루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며 “그것은 김경수만의 약속이 아니라 민주당 약속으로 승화시켜 당 차원에서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경남 산업 쇠락을 언급한 그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남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민주당은 ‘무엇이든 다 해드림 센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하루 더 앞선 지난 2일, PK보다 보수세가 강한 경북을 방문해서도 정 후보는 민주당 색채는 빼고 정부·여당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로서 면모를 부각했다. 정 대표는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의 경북 포항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오 후보가 약속한 공약은 정부 여당만이, 힘 있는 여당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공약”이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장동혁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뉴스1

②野 “‘윤어게인’ 공천 안 된다” 당내 반발

 

장 대표도 정 대표와 같은 지난 2∼3일 영남을 찾았다. 장 대표 목적지는 부산과 대구. 장 대표는 전날 추 후보 개소식에서 “오늘은 대구가 하나되고 보수가 하나되고 대한민국이 하나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결집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대구시민 마음에 상처를 내고 걱정을 끼친 데 당대표로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공천을 둘러싼 당 내상은 나아지기가 요원한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이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에 공천될 가능성을 놓고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자당 충남지사 후보기도 한 김태흠 현 충남지사는 정 전 부의장을 공천할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고 조은희 의원은 “불 꺼진 집에 다시 불을 지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정 전 부의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12·3 비상계엄에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고 보고 6·3 지방선거가 ‘윤어게인 심판론’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 전 부의장은 내란특검에 의해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정 전 부의장의 경선 피선거권 및 응모 자격을 인정할지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4월 28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제3차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본격 선거전 돌입한 후반기 국회의장

 

4일은 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일이다.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는 조정식(6선)·김태년(5선)·박지원(5선) 의원은 이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당내 최다선인 조 의원은 전날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직을 내려놓고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혔다. 당에서도 친명(친이재명)으로 꼽히는 조 의원은 친명계가 다수인 초선 의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을 거치며 의원 신뢰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반드시 해내는, 일 잘하는 국회의장 후보”라고 자신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당내 주요 역할뿐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정보원장을 두루 경험하며 입법·행정·정보에 능통한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는다. 박 의원도 “실종된 정치를 살리고 협치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의장’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29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2년 임기를 마치기 전 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11∼12일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13일 의원 현장 투표를 각각 20%, 80%씩 반영해 국회의장을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