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는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대표 식재료다.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 덕분에 볶음을 비롯해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생고사리는 독성 제거를 위해 충분히 익힌 뒤 섭취해야 하는데, 라면에 넣고 함께 끓이는 등 짧은 조리만으로는 독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석재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지식의 맛’에 출연해 암 발생과 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로 ‘데치지 않은 고사리’를 꼽았다.
최 교수는 “간혹 생고사리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별도의 데치거나 건조하는 과정 없이 라면에 그대로 넣어 먹으면 독성 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위암이나 식도암 등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반드시 충분히 조리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사리에는 3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가 함유돼 있다. 해외에서는 말이나 소가 생고사리를 섭취한 뒤 실명하거나 폐사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 고사리 독성, 충분히 익혀야 제거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고사리 속 프타퀼로사이드는 떫고 쓴맛을 내는 물질로 열에 약하고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다. 또 티아미나제는 비타민 B1을 분해하는 효소로 섭취 시 비타민 B1 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
이들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조리 전 충분한 ‘불림과 가열’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프타퀼로사이드는 단순한 단시간 가열만으로는 제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일정 시간 이상 삶고 물에 담가 성분을 빼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라면이나 찌개처럼 조리 시간이 짧은 음식에 그대로 넣는 방식은 독성 성분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안전한 섭취를 위해서는 충분한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조리 전 ‘불림–삶기–침수’ 과정 거쳐야
가정에서 고사리를 조리할 때는 ‘불림–삶기–침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말린 고사리는 찬물에 최소 6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 뒤 사용한다. 하루 전 쌀뜨물에 담가두면 고사리의 질긴 섬유질이 부드러워지고 떫은맛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물을 갈아주면 잔여 성분을 빼내는 데 효과적이다.
물에 충분히 불린 고사리는 끓는 물에서 30분 정도 삶는다. 고사리 속 프타퀼로사이드는 짧은 시간 가열로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어 섬유질이 부드럽게 풀어질 때까지 충분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뒤에는 곧바로 찬물에 담가둔다. 이 단계는 남아 있는 쓴맛과 잔여 성분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충분히 식힌 뒤 여러 번 헹궈 사용하면 독소는 제거되고 맛도 더 깔끔해진다.
이후 바로 요리에 활용하거나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2~3일 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제철 맞은 고사리…부드러운 식감에 영양 풍부
고사리는 따뜻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4~5월 새순이 올라온다. 어린 새순은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찾는 이들이 많다. 삶고 불리는 과정을 거치면 질긴 섬유질이 풀리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데, 이 때문에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고사리는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식재료로 꼽힌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칼륨과 각종 무기질은 체내 나트륨 배출과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사리 100g당 열량은 22~34kcal로 낮은 편이어서 체중 관리 중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조리 과정에서 들기름이나 간장 등 양념이 더해지면 열량과 나트륨 섭취량이 증가할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금물이다.
조리 활용도도 높다. 충분히 불리고 삶은 뒤 들기름에 볶아 고사리나물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비빔밥이나 국, 찌개 등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