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소득 하위 70%에 주는 기초연금…20년 뒤 정부 예산 부담 2배↑

'지급 대상 하위 50% 축소·지급액 증액' 등 3개 대안 제시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기초연금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노인 소득 하위 70%에 지급 기준을 유지할 경우, 약 20년 뒤에는 정부 전체 예산에서 기초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 어르신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뉴시스

4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기초연금 개편 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최근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 중위 전망치를 반영해 재정 흐름을 추정했다. 

 

연구진은 “빈곤 노인의 생활안정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기초연금제도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행 제도는 지급대상 및 규모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지 못하여 빈곤하지 않은 노인들이 대거 수급 대상으로 편입됐고, 급여액도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미래 재정 상태를 시뮬레이션했다.

 

우선 재정 부담 분석 결과 전체 정부 예산 대비 기초연금 예산 비율은 2048년 6.07%로 2024년 3.08%의 1.97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초연금 예산 비중도 2024년 0.79%에서 2048년엔 2.2배인 1.70%로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현행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지급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기초연금 지급 기준액은 247만 원(단독 가구 기준)으로 기준 중위 소득 256만 4000원의 96.3% 수준이다.

 

주요 빈곤 대응 정책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 대상은 보통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 기준을 활용한다. 논문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 중 24.68%는 중위소득의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소득 하위 70%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 노인을 대변할 수 있는 기준점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소득이 충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계층에도 기초연금이 지급돼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기초연금의 수급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계층까지 포함되고, 소득과 관계없이 동일 금액이 지급된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논문에서는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1안은 20년간 지급 대상 기준을 연 1%포인트(p)씩 감소시켜 최종적으로 소득 하위 50%에만 지급하는 것이다. 대신 소득 하위 30%는 현재보다 연금을 50% 증액한다. 30~40%는 현행 수준을 지급하고, 40~70%는 지급액을 현행의 절반으로 줄이도록 했다.

 

2안은 기준 중위 소득 50% 이하에 기준연금액을 주는 방식이다. 3안은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통합하는 방식이다. 가칭 ‘노인 생계 급여’를 따로 만들어 대상을 기준 중위 소득의 32%에서 40%로 확대한다. 이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 노인의 실질적인 혜택이 평균 약 25만원 늘어난다.

 

분석 결과, 1안은 정책 충격이 최소화되고, 2안은 예산 절감 효과가 가장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안은 상당한 예산 절감이 가능하면서도 절대 빈곤 가구에 집중적으로 소득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기초연금 개편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담겠다는 목표로 분석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