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교사 책임이라는데, 갈 수 없죠…” 초등교사 96%, 체험학습 꺼린다 [수민이가 궁금해요]

‘안전사고 법적 책임’ 체험학습 기피 이유 1위
교사 10명 중 9명 “사고 나면 책임 떠안을까 불안”

현장체험학습 위축 배경엔 잇단 형사처벌 판결
학부모 민원·과도한 행정업무 부담도 여전
교사 92.5% “면책 보장할 제도적 장치 필요”

교육부, 5월 중 면책권 강화·보조인력 확대 대책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소풍, 수학여행 등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된 상황을 지적한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 대다수가 현장체험 학습을 가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사 2만191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6.2%가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90.5%(1만9827명)에 달했고 ‘대체로 부정’은 5.7%(1256명) 였다.

 

초등교사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초등교사 96.2%가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Chat GPT 생성

반면 ‘매우 긍정’과 ‘대체로 긍정’은 각각 0.6%(138명), 1.5% (331명)뿐이었다.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로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49.8%)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학부모 민원 대응 스트레스(37.0%), 체험처 선정·계약·정산 등 과도한 행정 업무(12.4%)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장체험학습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문항에는 ‘사고 발생 시 교사의 면책권을 보장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응답이 92.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초등교사노조는 “현장체험학습을 포함한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배움을 확장하는 소중한 기회지만, 이를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 시 교사가 무한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며 “교사의 형사·민사 책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체험학습이 급격히 감소한 데는 2022년 강원도로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로 교사가 기소된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4월 16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공영주차장에 관광객들 이용 차량과 학생들의 현장학습 교육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당시 담당 교사는 안전사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은 금고 6개월에 선고 유예 판결을 했고 지난해 말 형이 확정됐다.

 

올해 1월에는 광주지법 목포지원(형사3단독 최형준 부장판사)이 2023년 전남 목포에서 현장체험활동 중 특수교육 학생이 인근 선착장 앞 바다에 빠져 숨진 사고에서 인솔 교사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봄 소풍기간인 지난 4월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가득 차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며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초중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단체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냐”고 물었고,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게 책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지 않은가,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 면책권을 강화하고 현장체험학습을 활성화할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최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교육부에서 현장 체험학습 전문가, 교원 6개 단체, 시도 교육청 정책 담당자, 현장 체험학습 정책자문단과 회의를 통해 현장 체험학습 지원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점을 찾고자 현장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중으로 교사의 면책권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 보조 인력 배치 확대, 체험학습 업무 경감 및 지원 확대, 매뉴얼 간소화 등을 담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