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 자료 ‘통제’에서 ‘관리’로 전환할 때

최근 북한 자료 관리에 대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자료 개방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한 자료 접근이 ‘차단된 것이 아니’며, 알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북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특수자료’로 관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알권리를 제한하는 ‘과도한 통제’라며,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가짜뉴스와 왜곡된 인식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의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자료’와 ‘북한 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 자료는 도서, 영상, 문헌 등 관리 가능한 실물 자료이다. 북한 자료는 ‘특수자료 관리 규정’에 따라 허가받은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북한 자료 개방이 곧바로 북한 사이트에 직접 접속하거나 특수자료를 무제한으로 열람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북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기관을 방문하여, 소정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

‘북한 자료’의 개방은 ‘북한 정보’의 개방과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북한 자료를 개방한다고 해서, 북한 자료실을 찾아가 자료를 보는 일반인이 있을까? 중국과 구소련과 수교하기 이전, 특수자료였던 중국과 소련 자료가 수교와 동시에 일반자료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공산권 자료’가 개방되었다고 해도 사회적 혼란은 없었다. 북한 자료를 찾아가 볼 만큼의 사회적 관심은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무관심과 정책 역량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북한 자료 문제는 통제냐 아니냐에서 벗어나 정책 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정보 주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북한 정보 역량이 우려될 정도로 연구 생태계의 황폐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 경색과 연구 수요 감소로 인해 한때 9개 대학에 설치됐던 북한학과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일부 대학에서 ‘북한학 전공’ 형태로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운영하던 북한 자료실도 축소되거나 폐지되었다. 민간 연구소나 민간단체 역시 재정난으로 신규 자료 확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 자료를 관리하는 기관 역시 예전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였다. 남북 관계가 비교적 원활했던 시기에는 국책 연구기관을 비롯하여, 대학, 민간 연구소, 민간단체, 기업 연구소에서도 북한 자료실을 설치하였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된 이후로는 대부분 축소되거나 기능이 전환된 상태이다. 북한 자료에 대한 공공기관의 의존도가 심해졌다.

북한 자료 관리 문제는 ‘정보 주권’과도 연결된다. 북한 자료의 문제도 한반도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를 통해 생산된 북한 정보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한 정보를 수출하던 한국이 이제는 북한 정보를 외부에 의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적정 수준의 정보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검증되지 않은 정보, 가짜뉴스 확산에 대응할 역량도 제한될 것이다.

북한 자료의 성격에 따라 이용에 제한을 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2000년 이전 자료부터 개방한 뒤 상황을 평가하면서, 개방 범위를 확대하는 대안도 가능하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