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국면에서 정치인의 실언 한마디가 선거 판도를 뒤흔들 때가 있다. 본인도 치명상을 입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60,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으로 승승장구하던 여당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분노한 고령층은 투표장으로 결집했고, 당초 예상됐던 여당의 압도적 과반 의석은 물 건너갔다. 정 의장도 선거를 사흘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와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며 정치 행보가 꼬이기 시작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변인이었던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서울 살다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이 수도권 민심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었다. 이 발언이 상승세를 타던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어, 더불어민주당이 경기·인천에서 완승을 거두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파문이 확산하자 정 의원은 탈당했으나, 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까지 요구하는 등 여진이 계속됐다.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이나 2020년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비하 발언 역시 유권자들에게 정치인의 기본 자질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을 안겼다. 정치인의 실언은 대개 ‘우월 의식’이나 ‘확증 편향’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세상을 가르칠 수 있다는 오만함이나, 특정 집단을 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부산 구포시장을 찾았다가 초등학교 1학년 여아에게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을 ‘오빠’라고 부르게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 전 수석도 “오빠”라고 거들었다. 야당 지적대로 61세 정 대표와 49세 하 전 수석이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 뜨거웠다. 정 대표가 어제 “송구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했지만, 파문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말이 있다. 말의 무서움을 경계한 선인들의 지혜이자, 입으로 먹고사는 정치인이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경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