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사이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녀를 부르는 호칭으로 ‘형’, ‘언니’, ‘누나’ 그리고 ‘오빠’ 등이 널리 쓰인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표현은 단연 오빠일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오빠를 두고 “단순한 연령 호칭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비공식적 친밀성, 보호·피보호 관계, 나아가 잠재적 성적(性的) 긴장까지 내포해 온 언어”라고 표현한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대학가에서 여자 후배들이 남자 선배들을 ‘오빠’ 대신 ‘형’이라고 부른 것도 이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인기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2012)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으로 꼽힌다. 어디 그뿐인가.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창사 이래 처음 20억뷰를 돌파했다. 이쯤 되면 “세계적으로 히트한 최초의 한국 대중가요, 이른바 K팝”이란 칭찬을 들을 만하다. 지난 2021년 영어권 국가들에서 엄청난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오빠’(oppa)라는 단어가 등재된 데에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형법을 개정하며 ‘반(反)사회주의 문화 차단’을 핵심 기조로 삼았다. 북한도 한류의 무풍지대가 아닌 만큼 한국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단어와 의상, 헤어스타일 등이 북한 사회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빠 호칭이다. 여성이 남편을 ‘여보’라고 불러야지 ‘오빠’나 ‘자기야’ 같은 표현을 쓴다면 형사처벌, 심지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오빠는 퍽 조심스러운 호칭이긴 하나 그래도 불법화는 너무 심하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을 1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오빠’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부산 북갑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하정우 전 청와대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을 돕기 위한 선거운동 도중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하 전 수석한테 오빠라고 해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1977년생인 하 전 수석과 40세가량 차이가 나는 여아에게 “정우 오빠, 해봐요”라고 요구하다니 가당키나 한가. 논란이 확산하자 정 대표는 정중히 사과했다. 그래도 여성단체로부터 “나이가 어린 여성을 ‘사적 관계의 위계’ 안으로 편입시키려 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발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40대 정치인인 하 전 수석의 젊음을 부각하려다가 되레 혹만 하나 더 붙인 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