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5·6위 챔프전… “0% 기적 쓴다”

5일 소노·KCC 1차전 격돌

리그 최고 ‘양궁 부대’ 소노
3점슛 시도율 49%… 외곽포 승부
이정현·켐바오·나이트 ‘화력 막강’

‘빅4’ 초호화 군단 KCC
허웅 형제·최준용·송교창 ‘슈퍼팀’
주전들 줄부상에도 ‘독기’로 생존

29년 만에 중하위권의 반란
1차전 승리팀 우승 확률 71.4%
이틀 연속 치르는 3·4차전 변수

철옹성 같던 정규리그 상위권의 벽을 허물고 올라온 ‘양궁 부대’와 ‘호화 군단’이 코트 위에서 이전에 없었던 기록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5위 고양 소노와 6위 부산 KCC가 맞붙는 2025~20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1차전이 5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막을 올린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중하위권의 반란’이자 스타일의 정면충돌이다.

이번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0%의 기적’이다. KCC는 이미 2년 전, 정규리그 5위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0%의 확률을 깬 바 있다. 올해는 그보다 더 낮은 곳인 6위에서 시작해 다시 한 번 기적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는 소노는 2023년 창단 후 고난의 시기를 딛고, 불과 창단 3년 만에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하려 한다. 역대 챔프전에서 5·6위 팀끼리 격돌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결정전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극단적으로 갈리는 양 팀의 공격 색깔이다. 손창환 감독이 이끄는 소노는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양궁 부대’다. 정규리그 3점슛 시도 비율이 48.9%에 달할 만큼 외곽포에 명운을 건다. 높은 확률의 골밑 득점이 승리를 부른다는 농구계의 오랜 격언이 있지만, 소노는 이를 비웃듯 플레이오프(PO) 내내 3점 라인 밖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 중심에는 이정현, 케빈 켐바오와 네이던 나이트의 ‘삼각 편대’가 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에이스’ 이정현은 송곳 같은 패스와 클러치 상황에서의 대담함으로 팀을 이끈다. 여기에 ‘신인왕’ 켐바오가 아시아 쿼터 그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고, 내외곽을 넘나드는 ‘빅맨’ 나이트가 골밑의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이재도, 임동섭, 강지훈 등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화력의 밀도’는 리그 전체에서도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이를 앞세워 서울 SK를 상대한 6강 PO와 정규리그 우승팀 창원 LG와 맞선 4강 PO를 모두 3연승으로 돌파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맞서는 이상민 감독의 KCC는 ‘슈퍼팀’이라는 별명답게 허웅, 허훈, 최준용, 송교창 등 이름값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빅4’의 라인업이 최대 무기다. 정규리그 당시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6위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지만, ‘봄 농구’가 시작되자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KCC는 숀 롱, 송교창, 최준용이 버티는 포워드진은 높이와 기동력을 겸비해 상대 페인트존을 압박하고, 허웅과 허훈이 이끄는 가드진은 순간적인 돌파와 중거리 슛으로 수비 균형을 흔든다. 여기에 루즈볼을 향한 집요한 허슬 플레이까지 더해지며 강팀으로 완성됐다. PO 6강에서 원주 DB를 3연승으로, 4강에서 안양 정관장을 3승1패로 꺾으며 단숨에 시리즈 주도권을 잡는 등 포스트시즌 특유의 집중력과 압박 강도를 선보였다. 화려한 이름값 뒤에 숨겨뒀던 ‘독기’가 마침내 살아났다는 점은 소노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역대 통계는 1차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8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에 승리한 팀이 최종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경우는 총 20회였다. 확률로 따지면 무려 71.4%에 달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팀이 우승으로 가는 ‘7부 능선’을 먼저 점령하는 셈이다.

이번 시리즈는 대관 사정으로 인해 3차전(9일)과 4차전(10일)이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이틀 연속 연전으로 치러지는 변수가 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두 팀의 특성상, 1차전을 내줘 심리적·체력적 부담을 안고 시리즈를 시작하는 팀은 중반 이후 급격한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1차전 승리가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사령탑들의 출사표는 짧지만 강렬했다. 소노 손 감독은 “이전까지는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벌침을 쐈다면, 이번엔 우리 팬 ‘위너스’와 함께 우승이라는 꿈을 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는 KCC 이 감독은 “2년 전 5위 팀 최초 우승의 기적을 썼듯이, 올해도 6위 팀 최초 우승으로 ‘0%의 기적’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양 팀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3승3패. 하지만 단기전의 코트 위에서 정규리그의 산술적 계산은 무의미해졌다. 0%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두 팀 중 한 팀은 프로농구 29년 역사상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정상에 깃발을 꽂는 전무후무한 기록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