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내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한 대형 수학학원은 “어린이날은 학생들의 학습 흐름을 유지하고, 다가오는 학업 일정을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모든 수업을 평소와 동일하게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도 홈페이지에 “5월은 공휴일이 많은 달이지만 학습의 연속성을 위해 공휴일에도 휴무 없이 정상 수업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학원이 휴일에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학부모들은 아이를 결석시키는 게 부담스럽다. 경기 지역 한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학부모 A씨는 “놀고 싶은 아이들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면서도 “그런데 학원에서 정상 수업을 하고, 다른 집 아이들도 대부분 학원에 간다고 하니 보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아동권리보장원의 ‘2025 아동분야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2023년 기준 방과 후 활동으로 학원이나 과외를 희망하는 경우는 25.2%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54.0%가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았다. 차이가 28.8%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아이들의 희망과 실제 활동의 편차가 컸다. 집에서 숙제하는 경우도 35.2%로, 숙제하기를 희망 활동으로 꼽은 응답(18.4%)보다 16.8%포인트 높았다.
놀이터나 PC방 등에서 친구들과 놀기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42.9%에 달했지만, 실제로는 18.6%만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렸다. 신체활동이나 운동하기도 19.7%가 희망했으나, 실제 7.5%만 학교를 마친 뒤 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에서 쉬면서 스마트폰을 하는 비율은 늘었다. 방과 후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집에서 쉬기를 바라는 응답은 44.9%였는데, 실제 44.5%가 귀가 뒤 스마트폰을 쓰며 휴식하는 걸 실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쉰다는 응답은 2018년 39.1%에 비해 5.4%포인트 증가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2명 중 1명은 방과 후 2시간 이상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9~22일 전국 초등 4~6학년 학생 2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어린이 생활과 생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2%가 방과 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2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용 시간별로는 ‘2시간 이상~3시간 미만’이 21.1%로 가장 많았고, ‘3시간 이상∼4시간 미만’ 15.9%, ‘4시간 초과’ 12.2%에 달했다. 스마트기기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고학년일수록 장시간 사용 비중이 높았다. 6학년 중 3시간 이상 스마트기기를 쓰는 비율은 36.8%로, 4학년(16.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4시간 초과’ 비율도 6학년(16.5%)이 4학년(6.7%)의 2.5배에 육박했다.
스마트기기에 대한 과의존 신호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41%는 스마트기기 사용을 멈추기 어려웠던 경험이 ‘자주(7.1%)’ 또는 ‘가끔(33.9%)’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불편을 경험했다는 응답(42.5%) 중에서는 ‘너무 오래 사용하게 된다(21.1%)’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한편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챗GPT나 제미나이 등 최신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미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