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5월5일)을 앞두고 반려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가 여전한 가운데 성급한 분양이 곧 유기 대란으로 이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 부재와 허술한 제도가 매년 5월이면 반복되는 ‘유기동물 잔혹사’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4일 서울 강북구의 한 펫숍(동물판매업체)에는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권모(42)씨는 “아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강아지를 너무 갖고 싶어 해서 구경하러 왔다”면서도 “아파트에서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펫숍 입장에선 어린이날이 대목이다. 7년째 펫숍을 운영 중인 이모(56)씨는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손님이 몰리는 시기”라며 “평소보다 2~3배는 바쁘다 보니 강아지와 각종 용품 발주량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반짝’ 관심이 그만큼 금세 식는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유기동물 구조 건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5월(1만840건)이었다. 이는 발생 건수가 가장 적은 12월(7006건)과 비교해 30% 이상 급증한 수치다.
2013년 반려동물 등록제가 도입됐지만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점이 유기를 조장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우선 현행 반려동물 등록제는 의무이지만 ‘반려 목적의 개’라는 애매하고 한정적인 등록 기준을 갖고 있어서다. 심지어 등록을 위해 내장칩만 허용하는 해외와 달리 외장칩까지 허용해 마음먹고 유기할 경우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제도 외에 생명존중 문화의 부재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경 부산보건대 동물보건과 교수는 “매년 유기동물 관리 비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보다, 생명존중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공교육 과정에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책임과 의무를 가르치는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