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은 보이지 않는 계급장”…정부 질타에 금융권 ‘술렁’ [한강로 경제브리핑]

최저 신용자일수록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것을 두고 금융시장이 신용 평가를 ‘보이지 않는 계급장’으로 쓰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신용점수와 대출 문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은행의 건전성 문제 등 위험 관리 차원에서 현행 신용평가 체계를 완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사진=뉴스1

◆신용점수 계급장 논란과 대출 문턱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느냐”)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신용등급 숫자가 대출의 성패를 가르고, 금리 높낮이를 정하는 분류가 정말 공정한가”)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업계 전반에서 긴장감이 포착된다. 정부가 암시하는 신용평가 개편이 평가모형을 정교화하는 것인지,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것인지를 비롯해 포용금융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부실 위험과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 현실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이 고신용자에 집중돼 있는 건 사실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체 대출보유 고객 중 절반가량이 신용점수 900점 이상(48.9%)이었고, 8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전체의 77.4%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대체로 동감하지만, 신용점수와 금리 차등을 ‘낙인’으로 일반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 A씨는 “금융의 기본 원리는 위험에 상응하는 가격 결정이란 점에서 금리 차별을 단순히 구조적 불공정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신용평가 체계는 차주의 상환능력과 금융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로, 이를 약화시킬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도 “고신용자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 공급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은행은 예금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 책임을 동시에 부담하는 만큼 금융 접근성 확대와 리스크 관리가 균형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저신용자 분류가 비교적 정확하게 실제 위험을 반영한 결과이며, 이를 흔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K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일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비율(불량률)은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급격히 높아졌다. 신용점수 950점 이상 구간에서 0.07%에 그친 불량률이 700점 이상에서는 3.36%, 600점 이상에서는 6.57%로 높아졌다. 300점 이상은 23.1%, 300점 미만 구간에서는 93.72%에 달했다. 

 

금융권은 또 정책적 요인에 따른 신용도 완화 조치 등이 이미 누적된 상황에서 정부의 메시지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A씨는 “신용평가 기준 자체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금융 소비자의 책임 있는 신용 형성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문제의식은 신용점수와 연체 위험의 상관관계를 부정하는 데 있다기보다, 현재의 신용평가가 실제 상환능력을 충분히 반영하느냐에 가깝다. B씨는 “단순 신용점수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소득 흐름, 거래 이력, 사업성, 성장성 등을 반영하는 평가체계 고도화가 병행될 경우 실질적 금융 접근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동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 당국의 신용평가 체계 개편 방향이 나오면 이에 맞춰 금융권도 소상공인·혁신기업 대상 특화 평가모형 등을 도입해 포용금융 확대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방향성 제시와 함께 현실적 보완책을 병행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이미 정책자금 집행과 포용 금융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 C씨는 “결론적으로 중저신용자나 취약계층 자금 공급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등급이나 대출 시스템에 대한 문제보다는 이를 통해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권의 보수적 행보에 대한 지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은행권은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하며 소상공인·취약계층 자금 확대를 지속해왔고, 오히려 저신용자 대상 제도 확대로 금리가 더 낮은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적한 ‘금융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신용평가 체계를 비롯한 금융사 역할의 재정립과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8.12포인트(5.12%) 오른 6936.99, 코스닥은 21.39포인트(1.19%) 오른 1213.74에 장을 마쳤다. 뉴스1

◆코스피 7000 육박하고 공매도 최고치

 

코스피는 4일 5% 넘게 급등하며 칠천피(코스피 7000)에 바짝 다가섰다. 지수가 단기간 크게 오르자 ‘공포지수’가 오르고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38.12포인트(5.12%) 오른 6936.99에 장을 마쳤다. 7000선까지 불과 63.01포인트(0.91%)만을 남겨뒀다. 지수는 개장부터 사상 최고치(6782.93)로 시작해 오름폭을 확대했다.

 

수급별로는 외국인이 약 2조9310억원, 기관이 2조100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낸 개인은 홀로 4조794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1.39포인트(1.79%) 오른 1213.74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급등장을 주도한 건 대형 반도체주였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5.44%(1만2000원) 올라 23만2500원에, SK하이닉스는 무려 12.52%(16만1000원) 뛴 144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나란히 최고가를 기록했다. ‘140만닉스’가 된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4일 증시 강세는 노동절 연휴 기간 상승한 미국 증시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사태 해결을 위해 정책 옵션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했다. 5일 국내 증시 휴장을 앞두고 매수세가 먼저 유입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 상단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연간 상단을 8400으로 높였고, 대신증권은 상반기 목표로 7500선을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이달 상단을 7200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가 단기간 큰 폭으로 오르자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규모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과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각각 20조5083억원과 20조3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가 2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기준으로 공매도 순보유 잔고 금액이 가장 큰 종목은 한미반도체(1조9348억원)였다. 이어 현대차(1조8863억원), HD현대중공업(1조5757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